혹한이나 혹서가 건강에 끼치는 영향은 실로 대단하다. 올해는 장마기간이라고 예보됐는데도 마른 장마가 연속이다. 기후 변화로 인해 날씨도 종잡을 수 없게 됐다. 한의학에서는 여름철 장마 기간을 장하(長夏)라고 하여 여름철 중 중요한 부분으로 간주하고 있다.

필자는 젓갈을 좋아한다. 한국 사람들이 짜게 먹는다고 타박하지만 젓갈의 효능은 이를 상쇄하고도 남는다. 젓갈은 발효식품이다. 여러 가지 영양소가 듬뿍한 신선한 명란이나 창란 그리고 제가 좋아하는 굴을 소금에 절여 갖은 양념과 버물려서 만든 젓갈음식이야말로 음식이 상하기 쉬운 여름철에 필수적인 음식이다.

냉장고가 보편화된 지금 시절에도 소금기를 보충해주고 비타민이나 각종 미네랄 등을 보충할 수 있는 음식이기도 하다. 하지만 성인병이 있는 특히 혈압이 있는 분들은 주의가 필요하긴 하다. 주의라는 것이 복용 금지는 아니다. 음식 뿐 아니라 성정 그리고 생활습관까지 전부다 고려돼야 함을 말한다.

짠 성질은 신장으로 들어간다. 짠 것은 혈관을 수축시켜 힘을 내는 역할을 한다. 힘을 너무 잘 내는 사람들은 그래서 필요하지 않다. 하여튼 소금 기운이 신장에 들어가서 신장의 혈관을 수축시키게 되고 그로 인하여 힘이 나기도 한다. 소금기가 소화제로 사용됨은 극히 드문 현상이지만 이럴 경우에(특히 소음인에게) 소금 기운이 응급하게 소화제로 사용되기도 한다.

아무래도 여름철에는 입맛이 떨어진다. 입맛을 돕는 음식이 최고다. 여름철 더위와 습기는 사람의 맥을 못 추게 한다. 맥이 없으면 심장 박동에도 불리한 영향을 미친다.
더위가 너무 지나치면 일사병에 노출되고 그로 인해 심장에 부하가 미치게 된다. 오죽하면 강력한 철도도 녹게 만들어버리는 힘을 가지고 있다. ‘더우면 기를 상하게 한다’고 한다. 더운 여름철을 잘나기 위해서도 입맛을 잃지 말아야 하고 그 입맛을 일깨워주는 게 바로 젓갈이다.

사람이 40세가 넘으면 신체의 주요한 변화가 일어난다. 물론 소화력도 떨어지는 것은 당연하지만 우리 몸을 지탱하는 진액 등이 반으로 줄게 된다. 따라서 40~50대에 극심한 스트레스나 과로에 노출되면 돌연사에 이르기도 한다.

나이가 먹어감에 따라 입맛도 잃게 되고 기운도 많이 약해지기 때문에 젓갈 같은 음식이 필요하다는 점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사단법인 경기도한의사회 정경진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