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천오정경찰서는 18일 태어난 지 2개월 된 젖먹이 딸을 학대하고 숨지게 한 혐의로 구속된 20대 아버지 박모(22) 씨에게 ‘살인죄’를 적용해 살인 및 아동복지법(상습아동학대및방임) 위반 혐의로 검찰에 송치했다. 또 어머니 이모(22) 씨에게는 아동복지법(상습아동방임) 위반 혐의를 적용해 검찰에 송치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이에 앞서 이들 20대 부부를 지난 10일 긴급 체포해 딸을 사망케 한 경위에 대한 조사를 실시한데 이어, 어제(17일) 오후 오정구 삼정동 자택에서 현장검증을 실시했다.

경찰에 따르면 친부인 박씨는 경제적 어려움 및 딸의 육아 문제로 다툼이 잦아져 부부 사이가 멀어지고, 육아 부담을 혼자 짊어지게 된 것에 대해 심한 스트레스를 받게 돼 딸이 밉다는 이유로 지난 1월26일부터 3월8일 사이에 생후 2개월된 딸을 주 3회 가량 꼬집고 때려 온몸에 멍과 머리ㆍ팔ㆍ갈비뼈 등에 골절상을 입히는 등 상습적으로 학대ㆍ방임한 혐의를 받고 있다.

또 지난 9일 오전 5시50분께 안방 아기 침대에 누워 있는 딸이 시끄럽게 울자 울음을 그치게 하려고 들어 올리던 중 방바닥에 떨어뜨리고, 딸이 울음을 그치지 않자 작은방으로 데려가 무릎을 조금 구부린 상태(가슴 높이 약 56cm)에서 딸을 안고 있다가 고의로 방바닥에 떨어뜨려 두부 손상을 가하고, 울음을 그치지 않자 배를 깨무는 등 폭행 후 입에 분유병을 억지로 물린 뒤 분유병이 쓰러지지 않게 담요로 얼굴 주변을 감싸 고정시킨 후 방치해 사망케 한 혐의도 받고 있다.

어머니 이씨는 남편이 딸을 상습적으로 학대해 온몸에 멍 등 상처를 입혀 치료가 필요한데도 병원에 데려가지 않는 등 치료를 소홀히해 방임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은 앞서 지난 9일 오후 4시55분께 순천향대 부천병원 응급의료센터 관계자로부터 ‘2세된 여아가 사망한 상태로 왔는데 몸에 멍자국이나 상처가 많다’는 아동 변사 112신고를 접수받은 뒤 숨진 딸의 온몸에 멍자국이 보이고, X-레이 촬영 결과 신체 여러 곳에서 골절의 흔적이 나타나 외력에 의한 사망으로 판단, 수사에 착수해 이들 부부를 상대로 딸으ㅟ 사망 경위에 대해 조사를 하던 중 10일 0시35분께 딸에 대한 폭행치사 및 유기 혐의에 대해 시인함에 따라 긴급 체포해 조사를 벌여 왔다.

경찰 조사 결과, 아버지 박씨는 딸이 출생한 이후 경제적 어려움과 친부의 인터넷 게임 접속 및 양육 문제 등으로 부부싸움이 잦아져 부부사이가 멀어지고, 아내의 육아 소홀로 인해 육아 부담을 혼자 짊어지게 되자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아 오던 중, 아내와의 관계가 좋지 않을 때마다 화풀이를 위해 딸을 습관적으로 폭행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박씨는 또 자신의 장기간에 걸친 수차례 폭행으로 인해 딸의 온몸에 생긴 멍과 상처는 물론 지난 5일 오후 10시께는 목욕시킨 후 몸을 닦아주던 중 딸이 팔을 펴지 않아 화가 난다며 세게 잡아당겨 왼쪽 팔꿈치 탈골 등 심각한 신체적 손상이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음에도 계속해 폭행했고, 사망 당일에도 딸을 고의로 방바닥에 떨어뜨렸으며, 입에서 피가 나는 상황임에도 분유병을 억지로 물린 뒤 분유병이 쓰러지지 않도록 담요로 얼굴 부위를 감싸 고정시킨 후 그대로 방치해 사망케 한 것으로 드러났다.

어머니 이씨는 원하지 않던 임신으로 인해 딸자에게 애정이 없었고, 출산 후에는 잦은 부부싸움을 하는 등 육아에 관심을 두지 않았으며, 남편이 딸을 폭행하는 장면을 목격하지 못했다고 진술했지만, 딸과 24시간 함께 생활했고 지인들에게 딸의 상처를 언급하며 남편의 학대행위에 대한 스트레스를 말한 사실이 있는 등 남편의 상습적인 학대 행위로 인해 딸의 신체가 손상됐다는 것을 알고 있었음에도 치료 등을 소홀히 해 방임한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은 또한 지난 9일 오전 10시30분께 어머니 이씨가 먼저 잠에서 깨어 딸의 사망 사실을 인지한 후 남편을 깨워 함께 해외 도피ㆍ사체 유기 등을 고민하다가 서로 말을 맞춰 딸이 침대에서 혼자 떨어져 사망했다고 거짓 진술했고, 사건 당일 어머니 이씨가 현장에 없었던 것처럼 꾸미기 위해 이씨의 지인에게 ‘어제 저녁에 너네 집에서 잠을 잤다고 말해줘’라는 문자를 보내 알리바이 조작을 시도한 점도 확인했다.

경찰은 아버지 박씨에게 ‘살인죄’를 적용한 것에 대해 “살해할 고의가 없었다고 주장하지만 딸은 당시 생후 2개월된 영아로 스스로 방어 조치나 구호 조치를 할 수 없는 미성숙 상태였고, 신체 피해 정도, 폭행 상황ㆍ정도ㆍ방법 및 딸에 대한 방치 등 일련의 행위가 딸의 사망이라는 중대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점을 쉽게 알 수 있었고, 이러한 결과를 막기 위한 아무런 조치 없이 사망에 이르게 한 점 등을 고려할 때 딸의 사망 가능성에 대한 예상은 물론, 사망해도 어쩔 수 없다는 미필적 고의가 있었다고 판단된다”고 설명했다.

한편 국립과학수사연구소의 1차 구두 소견을 통해 두부손상에 의한 사망 추정되지만 두피 몸통 등에 발견된 멍의 생성 시기가 제 각각이며, 두부와 팔, 갈비뼈 등 골절이 동시에 생겼다고 보기 어렵고, 각각의 상처들은 1개월 이내 생긴 것으로 추정되며, 사인은 기도폐쇄일 가능성도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