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천시 오정동 옛 미군기지 ‘캠프 머서’에 화학물질 매립 의혹이 제기된 것은 당시 미군 44공병대대 547중대원으로 1963년 7월부터 1964년 4월까지 근무했던 레이 보우스(Ray Bows, 당시 계급 일병) 씨가 지난 2004년 5월24일에 6.25 참전용사의 아들(미국인)이 운영하는 웹사이트 ‘코리안 워 프로젝트(Korean War Project)’ 홈페이지에 올린 글이 알려지면서 부터다.

레이 보우스 씨는 “캠프 머서에 주한미군 화학물질 저장소(USACDKㆍUS Army Chemical Depot Korea)가 있었고, 1964년 3월 또는 4월께 이 화학물질 저장소를 경북 칠곡군 왜관의 캠프 캐럴로 옮기면서 캠프 머서에서 불도저로 구덩이를 파고 고무로 만든 옷과 가스 마스크 및 상상할 수 있는 온갖 화학물질 쓰레기를 수백 갤런(1갤런은 3.8L) 버렸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같은 사실은 지난 5월23일(현지시간) 재미교포 언론인 안치용 씨가 이를 발견하고 공개하면서 다음날인 5월24일 국내 주요 언론에 보도되면서 오정동 옛 미군기지에 대한 세간의 이목이 쏠렸고, 인근 주민들의 불안감이 고조되면서 부천지역 시민사회단체에서도 “철저한 진상조사가 이루어져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이에 따라 국방부 2명ㆍ육군 2명ㆍ해당부대(현 육군 수도군단 1121공병부대) 1명을 비롯해 민간전문가 3명, 부천시 1명, 시의회 1명, 주민대표 2명,, 환경단체 1명 등 13명이 참여하는 ‘민ㆍ관ㆍ군 공동조사단’이 구성돼 5월31일 첫 회의를 갖고 ‘화학물질 매립 의혹’에 대한 진위 여부를 파악하는 본격적인 조사에 나섰다.

이어, 6월2일 2차 대책회의를 갖고 화학물질 매립 지점을 찾기 위한 기초조사에 본격 착수했고, 6월28일부터 7월7일까지 부대 내 14개 지점에서 20개의 토양시료를 채취해 다이옥신(한국산업기술시험원), 고엽제(성균관대), 일반 토양오염(서울대) 등에 대한 분석을 3개 기관에 의뢰했다.

공동조사단은 8월4일 토양 시료 채취 분석 결과 “고엽제를 검출되지 않았고, 다이옥신은 전(全) 시료에서 극미량이 검출됐으나 고엽제와는 무관한 다이옥신의 종류인 것으로 확인됐으며, 환경보전법상 토양오염물질 21개 항목(카드뮴, 구리, 납, 수은 등)에 대한 검사 결과도 국방ㆍ군사시설에 적용되는 토양오염 우려기준을 초과한 시료는 없었다”고 밝혔다.

공동조사단은 이같은 토양 시료 채취 분석 결과를 토대로 “화학물질 매립으로 인한 토양 오염 및 다이옥신, 고엽제에 의한 오염이 있다고 볼만한 과학적 증거가 불충분한 것으로 판명됐다”고 결론내렸다.

공동조사단은 이어, 8월8일 오정동주민센터 열린 주민설명회에서도 이같은 입장을 전달하는 한편 “8월10일 굴착조사를 실시해 땅속에서 화학물질 매립 흔적이 나오지 않으면 조사단 활동을 사실상 종료하게 된다”고 전했다.

이에 따라 이날 8월10일 실시된 3개 지점에 대한 굴착조사 결과, 화학물질 매립 흔적이 발견되지 않음에 따라 공동조사단 활동은 조만간 종료될 것으로 보이지만, 오정동 군(軍)부대 인근 주민들이 느끼는 불안감과 의혹을 말끔히 씻어내기에는 여전히 미흡한 대목이 남아 있을 수 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이번 ‘민ㆍ관ㆍ군 공동조사단’의 조사에 대한 공정성에 문제를 제기하기 보다는 47년 전(前) 근무했던 퇴역 미군 레이 보우스 씨가 주장한 “캠프 머서에서 불도저로 구덩이를 파고 고무로 만든 옷과 가스 마스크 및 상상할 수 있는 온갖 화학물질 쓰레기를 수백 갤런(1갤런은 3.8L) 버렸다”고 했던 지점을 정확하게 찾아내 토양 시료 채취와 굴착조사가 이루어졌느냐에 대한 궁금증은 여전히 숙제로 남을 수 밖에 없다.

이런 점에서 8월10일 오정동 군(軍)부대 내 3개 지점에서 이루어진 굴착조사가 가로 2m, 세로 3m, 깊이 4~5m 가량의 땅을 파 보는 것으로 “화학물질 매립 흔적을 못찾았다”고 하는 것은, 오정동 군(軍)부대 면적이 33만1천803㎡에 달한다는 점에서 인근 주민들의 불안감과 마음의 상처를 달래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47년 전(前) 타임머신’으로 인한 미제의 숙제로 남게 될 가능성이 커져 보인다.

따라서 부천시에서도 오정동 군(軍)부대 인근에 오래 거주한 주민들을 대상으로 건강에 대한 역학조사를 보다 체계적이고 장기적인 관점에서 실시해 그 결과를 좀더 면밀히 검토해 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또한 주민들의 불안감과 의혹을 하루빨리 씻어내기 위해서라도 지난 2008년 활발하게 논의됐던 오정동 군(軍)부대 이전 및 부지 활용문제(▷관련기사 클릭)에 대해서도 부천지역사회가 보다 적극적인 입장을 꾸준하고도 지속적으로 공론화하여 가시적인 성과를 거둘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