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기 2555년 ‘부처님 오신날’인 10일 오전 10시 원미산(보운산) 자락 대한불교 조계종 석왕사 육화전에서 봉축 법요식이 봉행됐다.

법요식은 중생을 깨우치기 위해 북과 종을 울리는 명고(鳴鼓)와 명종(鳴鐘) 의식으로 시작해 아기 부처님을 씻기는 관불(灌佛)의식, 향ㆍ등ㆍ꽃ㆍ과일ㆍ차ㆍ쌀 등 6가지 공양물을 부처님 앞에 올리는 육법공양, 불(佛)ㆍ법(法)ㆍ승(僧) 삼보(三寶)에 예를 갖추는 삼귀의 등의 순으로 진행됐다.

석왕사 주지 영담스님(60)은 봉축사<▼아래 전문>에서 “매년 부처님 오신날은 우리 스스로가 미완(未完)의 부처로서 연기(緣起)의 주인이고 나와 남이 둘이 아님을 마음에 다시금 깊이 되새기는 날이며, 오늘 불기 2555년 부처님 오신날은 여느 해와 달리 각별한 의미가 한 가지 더해져 있다”며 “한국 불교계가 한 마음으로 추진하고 있는 ‘자성(自省)과 쇄신(刷新)을 위한 5대 결사(結社)’를 부처님께 고하고 더불어 중간 회향을 하는 자리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영담 스님은 특히 “5대 결사는 이명박 정부가 헌법을 무시하는 편향된 종교적 인식으로 민족문화를 왜곡하고 종교 갈등을 조장하고 있으며, 국민과의 소통 소홀히 한 채 오히려 국민을 가르치려드는 오만하고 일방적인 국정 운영으로 국민의 삶을 고단하게 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시대착오적인 좌우(左右) 이념 갈등까지 부추기고 있다는 공감대에서 출발했다”고 지적했다.

영담 스님은 “이렇게 불신(不信)이 만연하고 희망의 끈을 놓는 사례가 폭증하고 있는 것은 비단 이명박 정부의 탓만은 아니다”면서 “여당과 야당은 물론이고 이른바 지식인들까지 말로는 소통의 중요성을 역설하면서도 실제로는 불신과 갈등을 해소하려고 노력하기 보다 오히려 사적(私的)인 이익을 위해 불신과 갈등을 확대 재생산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영담 스님은 “이제 누군가는 우리의 미래를 망치고 있는 이러한 이전투구를 말리고 새로운 희망을 만들어 내야 한다”며 “불교계(조계종)가 추진하는 자성과 쇄신의 5대 결사는 남을 비판하고 배척하거나 시시비비를 따지고 싸움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것이 아니라, 나부터 하자는 것으로 나만의 편안함에 안주하던 나 자신부터 뜯어고치고 이웃과 나아가 국민들과 함께 공감대를 형성해가는 가운데 새로운 모범적 대안을 만들어가겠다는 것”이라고 강조하며 수행결사, 문화결사, 생명결사, 나눔결사, 평화결사의 의미를 설명했다.

영담 스님은 특히 평화결사와 관련, “지금 우리 사회가 노(勞)와 사(使)는 물론 진보와 보수의 이념 갈등, 지역 갈등, 남과 북의 대립, 이에 더해 다문화가정의 문제와 종교 갈등까지 불거지면서 그야말로 갈등과 분열의 박람회장을 보는 듯한 우려스러운 지경에 처해 있다는 인식이 전제돼 있다”며 “불교계가 부처님의 가르침대로 선과 악의 구별이 없음을 지각하고 매사 평화를 존중하고 지향하며, 이를 통해 사회적 신뢰를 얻어서 평화의 중재자로서 역할을 해나가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영담 스님은 “최근 종교 편향 문제가 불거지면서 ‘한국불교는 피해자’라는 인식을 갖고 있는 이들이 있지만, 이런 인식은 빨리 버려야 한다”며 “한국 불교는 조선왕조 600여년 동안 억압을 받았고 일제 강점기에는 왜색 불교를 강요당해 해방 당시 비구승이 불과 200여명, 대처승 7천명과 비교하면 숫자로는 보잘 것이 없었지만 지금은 불자가 2천만이고 조계승 스님만 해도 1만3천명이 된다”고 했다.

영담 스님은 “(불교계가) 정치에 대해서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며 “현대국가에서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작동 원리는 법치이기 때문에 종교도 법과 국민이라는 테두리에서 자유로울 수 없지만 정치인들과 지식이 있다는 사람들은 종교와 정치를 물과 기름의 관계처럼 얘기하고 아예 정치는 종교의 독이라고 단언하고 정치는 자신들에게 맡겨놓으라고 얘기한다”고 꼬집었다.

영담 스님은 “그간의 정치를 보면 그들을 영 신뢰하기가 어렵고, 흔히 얘기하는 정교분리는 서구의 기독교 사회에서 처음 등장한 것으로, 서구에서 오랫동안 권력자로 군림해온 종교집단과 정치집단 간에 부와 권력을 분할하기 위해 만들어낸 지배논리가 정교분리였고, 그런 종교집단은 직접 정치를 하지 않아도 지금도 막강한 정치적 영향력을 행사하며 여전히 부와 권력을 유지하고 있다”며 “우리 불자들은 정교분리라는 말에 미혹되지 말고 개개의 불자들은 높은 정치의식을 갖기 위해 노력하고 종단은 정치력을 키울 필요가 있다”고 했다.

영담 스님은 “그 정치력은 정치 권력이 아니라 스스로 자존을 지키는 정치력을 말한다”고 전제하면서 “지금은 우리가 만난 시절 인연은 험난하지만 우리는 연꽃이 진흙 속에서 피고 고행이 없이 해탈이 없음을 잘 안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부처님 오신날 석왕사 봉축 법요식에는 김만수 시장을 비롯해 한나라당 임해규(원미갑)ㆍ이사철(원미을)ㆍ차명진(소사구) 국회의원, 민주당 원혜영(오정구)ㆍ김상희(비례대표ㆍ소사구지역위원장) 국회의원, 민주당 김기석 원미갑지역위원장ㆍ설훈 원미을지역위원장, 지역구 경기도의원과 부천시의원 등 여야 정치인 등이 참석했다.

석왕사 영담 주지스님 부처님오신날 봉축사 [전문]

천상천하 유아독존, 삼계개고 아당안지(天上天下 唯我獨尊, 三界皆苦 我當安之)
번뇌와 생멸을 여의시고, 시방삼세 어느 것에 비할 데 없이 거룩하시며
유일한 진리의 가르침과 차별 없는 대자대비로 무량 광명을 발하시는
석가모니 부처님의 탄생게(誕生偈)입니다.

이 탄생게는 온 세상에 있는 개개 생명은 그 어느 하나 빠짐없이 스스로 존귀한 존재이고 그 개개의 생명은 자신은 물론이고 뭇 생명들까지도 고통윤회에서 벗어나도록 온 마음을 다해 노력하는 것이 바로 본래 면목임을 가르쳐 주고 있습니다.

그래서 매년 부처님오신날은 우리 스스로가 미완(未完)의 부처로서 연기(緣起)의 주인이고 나와 남이 둘이 아님을 마음에 다시금 깊이 되새기는 날이 되는 것입니다.

그런데 오늘 불기 2555년 부처님오신날은 여느 해와 달리 각별한 의미가 한 가지 더해져 있습니다.

한국 불교계가 한 마음으로 추진하고 있는 ‘자성(自省)과 쇄신(刷新)을 위한 5대 결사(結社)’를 부처님께 고하고 더불어 중간 회향을 하는 자리가 되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아시다시피 5대 결사는 이명박 정부가 헌법을 무시하는 편향된 종교적 인식으로 민족문화를 왜곡하고 종교갈등을 조장하고 있으며, 국민과의 소통 소홀히 한 채 오히려 국민을 가르치려드는 오만하고 일방적인 국정 운영으로 국민의 삶을 고단하게 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시대착오적인 좌우(左右) 이념 갈등까지 부추기고 있다는 공감대에서 출발했습니다.

물론 이렇게 불신(不信)이 만연하고 희망의 끈을 놓는 사례가 폭증하고 있는 것은 비단 이명박 정부의 탓만은 아닙니다.

여당과 야당은 물론이고 이른바 지식인들까지 말로는 소통의 중요성을 역설하면서도 실제로는 불신과 갈등을 해소하려고 노력하기 보다 오히려 사적(私的)인 이익을 위해 불신과 갈등을 확대 재생산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제 누군가는 우리의 미래를 망치고 있는 이러한 이전투구를 말리고 새로운 희망을 만들어 내야 합니다.
그래서 불교계는 5대 결사를 추진하게 된 것이고 조계종은 그 앞장을 서고 있습니다.

5대 결사는 남을 비판하고 배척하기 위한 것이 아닙니다. 시시비비를 따지고 싸움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것이 아니라 나부터 하자, 풀어 얘기하면 그간 의존하고 나만의 편안함에 안주하던 나 자신부터 뜯어고치고 이웃과 나아가 국민들과 함께 공감대를 형성해가는 가운데 새로운 모범적 대안을 만들어가겠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5대 결사의 목표가 자성과 쇄신이 된 것입니다.

사실 5대 결사는 새삼스런 것이 아닙니다. 참회는 수행의 시작이고 나와 남, 부처와 중생이 둘이 아니라는 부처님의 가르침을 실천하는 불자의 마땅한 도리이기 때문입니다.

2천만 불자가 모두 백척간두 진일보의 각오로 동참해야 할 5대 결사는 수행결사, 문화결사, 생명결사, 나눔결사, 평화결사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첫째 수행결사는 고려시대의 백련결사와 정혜결사, 그리고 해방 후 성철 큰스님을 중심으로 이루어진 봉암사 결사처럼 수행을 통해 내적 성찰과 근본적 변화를 도모하여 불교 본연의 모습을 확립하자는 것입니다.

둘째 문화결사는 우리 불교가 1700여년의 역사를 일관해오면서 우리 민족의 정신과 문화를 창조하고 풍부하게 발전시켜온 민족 전통의 창조자이자 수호자답게 민족 전통의 정신과 문화를 온전히 보존ㆍ승계하는데 앞장 서서 국민의 삶을 풍요롭게 하고 나아가 우리나라가 세계로부터 존경을 받는 문화국가가 될 수 있도록 온 힘을 기울이자는 것입니다.

셋째 생명결사는 자연과 생명을 경시하고 서슴없이 파괴하는 개발 지상주의와 인간 우선 주의를 극복하고 부처님께서 가르쳐 주신 자타 불이, 동체 대비, 다시 말하면 생명 평화와 차별 없는 생명존중의 사상을 확산시켜 나가자는 것입니다.

넷째 나눔결사는 시기적으로 찰나의 시간도 미룰 수 없는 가장 절박한 과제입니다. 가난과 절망 때문에 가족이 흩어지고 스스로 생명을 끊는 일이 비일비재하며 북녘 동포들은 굶주림으로 생명을 위협하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는 불국정토 발원조차 사치입니다. 어느 생명도 일단 살려야 합니다. 그 일에 우리 불자들이 발 벗고 나서자는 것입니다.

마지막 다섯째 평화결사는 지금 우리 사회가 노와 사는 물론 진보와 보수의 이념 갈등, 지역 갈등, 남과 북의 대립, 이에 더해 다문화가정의 문제와 종교 갈등까지 불거지면서 그야말로 갈등과 분열의 박람회장을 보는 듯한 우려스러운 지경에 처해 있다는 인식이 전제되어 있습니다.

2009년에 삼성경제연구소가 발표한 보고서를 보면 우리나라의 사회갈등 수준이 OECD 회원국 가운데 4번째로 높고 이로 인해 치르는 비용이 국내총생산의 27%, 약 300조원에 달한다고 합니다.

300조원은 삼성전자가 지난해 달성한 영업이익의 30배, 2011년도 복지예산 86조원의 3배, 전국 학교에 105년간 무상급식을 할 수 있고 금융기관의 가계대출 총액인 580조원의 절반에 해당하는 어마어마한 금액입니다. 여기에 남북 분단으로 인한 비용까지 친다면 그 액수는 상상을 초월합니다.

그래서 우리 불교계가 부처님의 가르침대로 선과 악의 구별이 없음을 지각하고 매사 평화를 존중하고 지향하며, 이를 통해 사회적 신뢰를 얻어서 평화의 중재자로서 역할을 해나가자는 것입니다.

우선, 이 땅에서 1,700여 년 동안 여러 왕조가 흥망을 했지만 불교는 변함없이 우리 민족에게는 삶 그 자체였고 그런 불교의 생명력은 부처님의 가르침, 그 진리 자체에 있었다는 것을 한시도 잊지 말아야 합니다.

그리고 최근 종교 편향 문제가 불거지면서 ‘한국불교는 피해자’라는 인식을 갖고 있는 이들이 있습니다만, 이런 인식은 빨리 버려야 합니다.

한국 불교는 조선왕조 600여년 동안 억압을 받았고 일제 강점기에는 왜색불교를 강요당하여 해방 당시 비구승이 불과 200여명, 대처승 7,000명과 비교하면 숫자로는 보잘 것이 없었지만 지금은 불자가 2천만이고 조계승 스님만 해도 1만3천명이 됩니다.

큰 틀에서 보면 해방 이후 우리 불교는 세계 유래가 없는 발전을 이루어 낸 것입니다. 이것이 바로 우리 불교의 내적인 힘, 자신감의 토대라 하겠습니다.

또한 정치에 대해서도 관심을 가져야 합니다. 현대국가에서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작동원리는 법치입니다. 때문에 종교도 법과 국민이라는 테두리에서 자유로울 수 없습니다. 하지만 정치인들과 지식이 있다는 사람들은 종교와 정치를 물과 기름의 관계처럼 얘기하고 아예 정치는 종교의 독이라고 단언합니다.

그러면서 정치는 자신들에게 맡겨 놓으라고 얘기입니다. 그간의 정치를 보면 그들을 영 신뢰하기가 어려운데도 말입니다.

흔히 얘기하는 정교분리는 서구의 기독교 사회에서 처음 등장한 것입니다. 서구에서 오랫동안 권력자로 군림해온 종교집단과 정치집단 간에 부와 권력을 분할하기 위해 만들어낸 지배논리가 정교분리였던 것입니다.

그래서 그런 종교집단은 직접 정치를 하지 않아도 지금도 막강한 정치적 영향력을 행사하며 여전히 부와 권력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우리 불자들은 정교분리라는 말에 미혹되지 말고 개개의 불자들은 높은 정치의식을 갖기 위해 노력하고 종단은 정치력을 키울 필요가 있습니다. 물론 그 정치력은 정치 권력이 아니라 스스로 자존을 지키는
정치력을 말합니다.

지금은 우리가 만난 시절 인연은 험난합니다. 하지만 우리는 연꽃이 진흙 속에서 피고 고행이 없이 해탈이 없음을 잘 압니다.

오늘, 기쁘고 기쁜 부처님오신 날, 우리 모두 함께, 나 자신과 한국 불교의 본래면목을 되찾기 위해서 발심하는 날이 되기를 기원합니다.

불기 2555년 부처님 오신날

대한불교 조계종 석왕사
주지 임영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