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흥! 호랑이 해가 열렸습니다. 2010년 경인년은 ‘제 말하면 온다’는 범띠 해로, 특히 올해는 60년 만에 돌아오는 백호(白虎)의 해입니다.

특히 백호는 청룡ㆍ주작ㆍ현무와 함께 삼국시대 고구려 사방을 지키는 수호신(전 주작ㆍ후 현무ㆍ좌 청룡ㆍ우 백호)으로 알려져 있으며, 유일한 실제 동물로 서쪽(가을) 수호를 담당한다고 합니다.

실제 야생에서 백호가 태어날 확률은 10만분의 1도 되지 않을 만큼 매우 귀한 동물로, 일반 황호(黃虎)보다 굉장히 사납고 용맹스럽다고 합니다.

‘옛날 옛적 호랑이가 담배 피우던 시절’ 호랑이는 우리 민족에게 용맹스럽고 두려운 존재로, 때론 어리석고 순진해 골탕을 먹는 친숙한 동물로, 때론 신통력을 지난 영물 등 다양한 모습으로 묘사되고 있습니다.

2010년 경인년 범띠 해, 흰 호랑이 해를 맞아 호랑이와 관련된 속담들을 곰곰히 살펴보면 올 한해동안 우리에게 살아가는 지혜가 고스란히 담겨 있습니다.

▲‘호랑이도 제 말하면 온다’= 사람들이 이야기 하는 자리에 없는 사람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다가 마침 그 사람이 나타나는 경우에 흔히 쓰는 속담으로, ‘남에 관해 함부로 말해서는 안된다’는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호환(虎患) 마마보다 무섭다’= 옛날엔 호랑이가 두려움의 대상이 됐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살아가면서 남들에게 호환 마마보다 더 무섭다는 말을 듣는 것은 결코 바람직스럽지 않습니다.

▲‘범 없는 굴에 토끼가 스승’= 잘난 사람이 없는 곳에서는 그보다 못한 사람이 잘난 체 한다는 말로, 함부로 잘난 체 하지말고 겸손하라는 뜻이 담겨 있습니다.

▲‘호가호위(狐假虎威)’= 여우가 호랑이의 위세를 빌려 호기를 부린다는 뜻으로, 남의 권세에 빌붙어서 위세를 부릴 때 흔히 쓰는 말입니다. 권력형 비리와 부패는 바로 이같은 여우가 호랑이 행세를 할 때 생겨날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호랑이 새끼를 잡으려면 호랑이 굴에 들어가야 한다’= 뜻하는 바를 이루기 위해선 위험을 감수해야만 한다는 뜻으로, 모험과 도전정신을 갖고 그에 마땅한 일을 해야 한다는 말이지만 무모한 도전은 경계해야 한다는 것도 잊지 말아야 할 것입니다.

▲‘호랑이에게 물려가도 정신만 차리면 산다’= 아무리 다급한 상황에 처하더라도 정신만 똑똑히 차리면 위기를 모면할 수가 있다는 말로, 최근 어려워진 경제여건에서 자신에게 처해진 상황을 정확하게 진단하고 거기에 대한 대응을 적절히 해나가면 길이 열린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사람은 죽어서 이름을 남기고 호랑이는 죽어서 가죽을 남긴다’= 사람은 죽어서 명예로운 이름을 남겨야 한다는 말로, 그 이름이 후세까지 빛날 수 있도록 의롭고 착한 일을 많이 하라는 뜻이 담겨 있습니다.

▲‘호시탐탐(虎視耽耽)’= 호랑이가 눈을 부릅뜨고 먹이를 노려본다는 뜻으로, 어떤 일에 대비해 방심하지 않고 정세를 관망하는 의미도 담겨 있어 다가오는 6.2 지방선거 출마를 위해 정당 공천을 획득하기 위해 기회를 노리는 예비 후보군들에게는 잘 어울리는 말같습니다.

▲‘범에게 날개(위호부익ㆍ爲虎傅翼)’= 세력이나 능력이 있는 사람이 더욱 좋은 조건을 갖춘다는 뜻이지만, 본래 위세 있는 악인에게 가세하여 더욱 맹위를 떨치게 한다는 우려의 의미가 내포돼 있습니다.

<한비자>에서는 권세라는 것은 단지 어진 사람만이 사용해야 하고 어리석은 자는 사용해서는 안된다는 것은 없지만, 어진 사람이 그것을 사용하면 천하가 다스려지고, 어리석은 자가 그것을 사용하면 천하가 어지러워지는 만큼 어리석은 자에게 위세를 주는 것은 범에게 날개를 달아 주는 것과 같다는 의미가 담겨 있습니다.

곶감을 무서워하고, 떡 먹기도 좋아한다는 호랑이는 한국인의 힘과 슬기, 끈기의 상징으로 한국문화에 다양하게 녹아 들어 1988년 서울올림픽 당시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상징 마스코트로 ‘호돌이’가 선정됐을 정도로 친숙한 동물이자 산중호걸(山中豪傑)이요 산중영웅(山中英雄), 산군(山君) 등으로 불리웁니다.

호랑이는 사냥군이 밥을 먹거나, 잠을 잘 때는 공격하지 않고, 오직 총을 정면으로 겨누고 있을 때 비로소 공격하며, 배가 부르면 사냥하지 않는다는 말에서 백수의 왕다운 용맹함과 의로움을 느낄 수가 있습니다.

경인년 호랑이 해와 함께 6.2 지방선거의 해가 시작됨에 따라 출마를 위해 공천 기회를 호시탐탐(虎視耽耽) 노리는 지역일꾼들의 발걸음이 빨라지면서 공직선거법 등 매사 조심스런 행보를 해야 할 때입니다.

또한 호랑이에게 물려가도 정신만 차리면 된다는 강인한 정신과 ‘백호기세(白虎氣勢)’로 슬기롭고 굳세게 약진하는 한 해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경인년 새해 첫날, 뜻한 바를 이루기 위해 오랜 시간 꾸준히 준비해온 사람들은 거침없이 기지개를 펴고 달려 나가고, 준비되지 않은 사람들은 서두르거나 즉흥성 있는 시도보다는 자신의 상황을 면밀하게 되돌아보고 대처해 나가야 할 것입니다.

‘실력’과 ‘자신감’, ‘전략’ 없이 막연하고 무모하게 시도하는 일들은 자칫 실패하기 마렵입니다. 2010년 새해 가장 큰 화두인 ‘6.2 지방선거’를 향해 냉정한 희비의 교차를 결정할 운명의 여신은 다가가고 있습니다.

출마 후보군과 이들을 선택할 유권자 모두 ‘호시호행(虎視虎行)’이 그래서 필요할 때인 것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