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서발 KTX 주식회사가 민영화냐, 아니냐를 놓고 노사가 첨예하게 대립해 팽팽한 줄다리기를 반복하며 철도 파업이 27일로 19일째로 접어든 가운데 어제(26일) 시작됐던 코레일 노사간 협상은 결국 이견을 좁히지 못한 채 중단돼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최장기 파업을 이어가고 있다.

코레일 노사는 어제 오후 4시가 조금 넘어 전격적으로 실무 협상을 재개해 27일 새벽 1시 무렵까지 8시간 넘게 마라톤 협상을 했고, 아침 6시에 협상을 재개했으나 결렬됐다.

철도노조는 수서발 KTX 주식회사 면허 발급 중단·국회에 철도발전 소위원회와 철도산업 발전을 위한 사회적 합의 기구 구성·파업 관련 고소 및 고발과 직위 해제 문제 해결 등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코레일은 수서발 KTX는 코레일 자회사이고 민영화 될 회사가 아니며, 면허 발급 중단은 국토교통부 소관이라는 기존 입장을 고수했고, 사회적 합의 기구나 국회 소위원회 구성은 정부나 국회에서 논의할 문제여서 직접 답할 수 없다는 입장을 보였고, 철도 파업을 철회하면 징계 문제 등에 대해서는 논의할 수 있다는 입장을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관련, 백성곤 철도노조 홍보팀장은 27일 “밤샘 교섭을 했지만 수서발 KTX 면허 발급과 관련해 노사간 이견을 좁히지 못해 교섭을 중단했다”고 밝혔고, 최연혜 코레일 사장은 이날 오전 9시 기자회견을 통해 “오늘밤 12시까지 복귀해 달라”고 최후 통첩을 했다.

최 사장은 “불법파업에 가담하고 있는 직원 여러분 마지막 최후통첩을 내립니다. 오늘밤 12시까지 복귀해주십시요. 이때까지 돌아오지 않는 직원에 대해서는 복귀 의사가 없는 것으로 간주하고 이에 상응하는 조치를 취할 수 밖에 없습니다. 어제 대체 인력 660명에 대한 채용공고를 하였고, 앞으로 필요한 추가 인력을 지속적으로 확충하여 회사 운영에 정상화를 도모하겠습니다”라고 말했다.

김명환 노조위원장은 이날 오전 9시30분 민주노총 기자회견을 갖고 “수서발 KTX 주식회사의 면허 발급을 중단해야 파업을 철회할 수 있으며, 신규 채용 공고를 철회하고 노사와 정부, 민간이 참여하는 공공 기구를 만들자”고 제안했다.

이런 가운데 이날 낮 12시쯤 최은철 철도노조 사무처장 겸 대변인이 서울 여의도 민주당사에 진입했고, 민주당은 “최은철 처장이 오늘 피신을 요청해와 현재 당사에서 보호중이고, 최 처장과 함께 체포영장이 발부되지 않은 노조원 2명 등 모두 3명이 현재 민주당사에 머물고 있으며, 최대한의 편의를 제공하고 보호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철도 파업을 이끌고 있는 철도노조 지도부 가운데 김명환 위원장은 지난 22일 경찰의 민주노총 강제진입 이후 모습을 드러내지 않다가 어제(26일) 오후 6시에 민주노총 사무실에 다시 들어와 머물고 있고, 박태만 수석부위원장은 조계사에, 최은철 사무처장은 민주당사에 각각 분산돼 피신중이다.

이어, 이날 오후 2시에는 국회 환경노동위원회가 노사정 대화 중재에 나섰다. 정부 측에서는 서승환 국토교통부 장관과 방하남 노동부 장관이, 사측은 코레일 최연혜 사장이 출석했고, 노조측에서는 철도노조 지도부가 현재 체포영장이 발부된 상태여서 지도부를 대신해 김재길 정책실장 등이 전권을 위임받아 나온 가운데, 노사정 3자는 기존의 입장을 고수하며 평행선을 달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철도노조는 “지금까지 노사간 실무교섭에서 단 한차례도 진전있는 대화가 없었고, 정부가 철도 공사에 어떠한 자율권도 주지 않고 있다”며 “정부가 실질적으로 공사에 권한을 주든지, 노사 대화가 실질적인 결과를 내도록 조치를 취해 달라”고 요구했다.

코레일 최연혜 사장은 “사측이 노사민정 사회적 논의기구를 만들자고 제안했지만 노조가 끝까지 법인 면허발급 중단을 요구해 대화가 공전을 거듭한 것”이라며 “노조에 협상을 하겠다는 진정성이 있는지 의문”이라고 대화 중단의 책임을 노조측의 무리한 요구로 돌렸다.

서승환 국토교통부 장관은 “수서발 KTX자회사 설립은 원칙의 문제로, 정부 정책으로 면허를 발급할 계획”이라며 “수서발 KTX 자회사는 절대 민영화를 하지 않을 것이며, 이후 만약 지분을 민간에 하는 등의 조치를 하면 면허를 박탈하겠다”고 기존 입장을 강조하며 노조가 주장하는 수서발 KTX 면허 발급 중단은 전혀 타협의 대상이 될수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이런 가운데, 대전지방법원은 이날 철도노조가 수서발 KTX 법인 설립을 의결한 코레일 임시 이사회 결정은 무효라며 낸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기각하고, 수서 고속철도주식회사의 발기인 대표인 코레일이 신청한 설립비용 신청을 인가 결정했다.

법원이 설립비용을 인가함에 따라 코레일은 곧바로 대전지방법원에 법인 설립 등기를 신청할 것으로 알려졌다. 법인 설립 등기가 나오기까지 보통 이틀이 걸리기 때문에 올해 안에 등기 절차가 마무리될 것으로 보인다. 국토교통부는 법원에서 법인설립 등기가 나면 곧바로 면허를 발급할 계획이다.

한편, 철도 파업 19일째인 27일 열차 운행률은 76%를 기록하고 있으며, 화물열차는 30%로 가장 낮은 운행률을 보이고 있고, KTX는 평소의 73%가 운행되고 있다. 또 지하철 1,3,4호선과 경의선과 경원선 등 수도권 전철의 운행률은 85% 수준이다.

현재 파업 참가자는 7천628명이며, 파업에 참여했다가 복귀한 노조원은 1천163명으로 복귀율은 13%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