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국회 본관 245호에서 열린 ‘박근혜 정부의 최순실 등 민간인에 의한 국정농단 의혹 사건 진상규명’을 위한 국회 국정조사특별위원회(위원장 김성태)의 2차 청문회에 증인으로 출석한 고영태 씨(전 더블루K 이사)는 대통령 연설문 등이 저장된 문제의 ‘최순실 태블릿PC’에 대해 “자기 것이 아니다”고 밝혔다.
최순실 씨의 최측근으로 알려진 고영태 씨는 이날 ‘태블릿PC’와 관련된 질문을 받고 “JTBC에서 처음엔 독일 쓰레기통에서 찾았다고 했는데 나중엔 집 밑에 있는 관리인이 가르쳐준 곳인 짐을 버린 곳에서 찾았다고 하더라”며 “결국엔 제 회사에 있는 제 책상에서 발견됐다고 와전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고씨는 “(태블릿PC는) 저 하고는 무관하다. 제 거였으면 제가 바보처럼 거기 놓지는 않았을 것”이라며 “제가 그런 자료들을 모으고 있었기 때문에 그것을 거기다 놓고 올 바보는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완영 의원(새누리당)이 씨에게 “어느 게 진실이라 생각하냐”고 묻자, 고씨는 “그 태블릿PC를 처음 갖게 된 그 기자분이 직접 밝혀주셔야 된다”며 “JTBC에서 제게 연락을 받았다던 그 사람도 나오셔서 정확하게 확인해주시면 좋겠다”고 말했다.
고 씨는 또 최순실 씨가 컴퓨터는 쓰지만 태블릿PC는 사용하지 못했던 것같다고 언급했다.
고 씨는 “태블릿PC 그런 것을 사용을 못하는 사람으로 제가 알고 있다. 정유라는 아직 어려서 태블릿PC를 충분히 사용할 수 있다고(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는 최순실 씨가 검찰 조사에서 태블릿PC는 자신의 것이 아니라며 일관되게 주장해온 것과 일치하는 부분이다.
태블릿PC가 JTBC를 통해 최초 등장했을 당시만 해도, 김한수 전 청와대 행정관이 태블릿PC를 개통해 최순실에게 건넸고 최순실 씨가 사실상 실소유하며 사용했다는 추측이 가장 설득력이 높았다. 그러나 최 씨는 구속기소 전 세계일보와 인터뷰에서 “태블릿PC는 100% 내 것이 아니다”고 주장했고, 검찰 조사에서도 강력히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최 씨의 진술이 공개됐을 때에만 해도 수위가 높은 국가 기밀 및 대통령 기록물 유출혐의를 벗기 위해 거짓말을 하는 것으로 보았지만, 이날 청문회 출석한 고영태 씨는 태블릿PC의 주인이 최씨라고 보기 어렵다는 취지의 발언을 해 태블릿PC의 실제 주인이 누구이며 JTBC가 입수하게 된 경위 등에 궁금증을 불러일으길 것으로 보인다.
고영태 씨는 이날 청문화에서 2년여 전 정유라(최순실의 딸)의 강아지를 돌보는 문제로 최 씨와 다툰 뒤 사이가 틀어져 언론(TV조선)에 대통령 옷을 만드는 의상실 CCTV 등을 제보했다고 밝혔다.
고 씨는 “모욕적인 말과 밑에 직원들을 사람 취급을 안하는 그런 행위를 좀 많이 해서…(최씨가 사이가 안 좋아졌다)”고 털어놓았으며, 자신이 운영하는 옷과 가방을 만드는 곳에 해당 CCTV를 설치한 시점은 2014년 가을 무렵이라고 밝혔다.
한편, 이날 열린‘최순실 게이트’ 국회 국정조사 특별위원회의 2차 청문회에서는 증인 27명 가운데 14명이 불출석한 채 개회했으며, 오후 3시에 최순실 씨의 언니(순득)의 딸 장시호 씨가 동행명령장 발부에 응해 증인으로 뒤늦게 출석했다.
이날 청문회에는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 송성각 전 한국콘텐츠진흥원장, 김종 전 문화부 차관, 차은택 CF감독, 조원동 전 청와대 경제수석, 고영태 전 더블루K 이사, 정현식 전 K스포츠재단 사무총장, 조인근 전 청와대 연설기록비서관, 노태강 전 문화부 체육국장, 이종욱 KD코퍼레이션 대표, 김재열 제일기획 사장, 여명숙 부산창조경제혁신센터장, 전대주 전 베트남 대사 등 13명과 장시호 씨 등 14명의 증인이 출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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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비선 실세’로 지목된 최순실 씨를 비롯해 언니인 최순득 씨, 자녀 장승호 씨 등 최씨 일가 3명이 출석하지 않았고, 최 씨의 딸 정유라 씨는 행방이 파악되지 않고 있다.
또한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 우 수석의 장모인 김장자 씨, 박근혜 대통령의 ‘문고리 3인방’인 정호성ㆍ안봉근ㆍ이재만 전 청와대 비서관, 홍기택 전 산은회장, 유진룡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이성한 전 미르재단 사무총장 등이 청문회장에 나오지 않았다.
국회 국조특위는 우병우ㆍ김장자ㆍ홍기택ㆍ최순실ㆍ최순덕·장시호ㆍ안종범·정호성·안봉근·이재만·유진룡 등 11명에 대해 이날 오후 2시까지 국정조사장으로의 동행명령장을 발부했지만, 장시호 씨 단 한 명만 응했으며, 정유라·장승호·이성한 씨에 대해서는 동행명령장을 발부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