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49) 삼성전자 부회장이 17일 구속됐다. 삼성 창사 이래 총수가 구속된 것은 처음이다.

‘박근혜 정부의 최순실 등 민간인에 의한 국정농단 의혹 사건 진상규명을 위한 박영수 특별검사팀’(특검)은 앞서 지난 14일 이재용 부회장에 대해 박근혜 대통령과 ‘비선 실세’ 최순실(61·구속기소) 씨에게 거액의 뇌물을 건넨 혐의로 구속영장을 재청구했다.

이재용 부회장의 영장실질심사(구속 전 피의자 심문)를 맡은 한정석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판사는 전날(16일) 7시간30분간의 영장실질심사에 이어 19시간에 걸친 장고 끝에 17일 오전 5시35분께 “새롭게 구성된 범죄혐의 사실과 추가로 수집된 증거자료 등을 종합할 때 구속의 사유와 필요성이 인정된다”며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이 부회장에게 적용된 혐의는 △뇌물공여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재산 국외 도피 △범죄수익 은닉의 규제 및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국회에서의 증언·감정 등에 관한 법률 위반(위증) 등 5가지다.

이 부회장에게 적용된 혐의는 △뇌물공여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재산 국외 도피 △범죄수익 은닉의 규제 및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국회에서의 증언·감정 등에 관한 법률 위반(위증) 등 5가지다. 

이 부회장은 삼성이 승마선수 육성을 명분으로 2015년 8월 최순실 씨가 세운 독일 회사인 코레스포츠(비덱스포츠)와 210억원 규모의 컨설팅 계약을 맺고 35억원 가량을 송금하는데 관여한 혐의를 받고 있다. 

삼성은 최 씨와 그의 조카 장시호(38·구속기소) 씨가 세운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에도 16억2천800만원을 제공했고, 미르·K스포츠재단에도 204억원을 출연했다.

‘박근혜 정부의 최순실 등 민간인에 의한 국정농단 의혹 사건 진상규명을 위한 박영수 특별검사팀’(특검)은 코레스포츠에 보낸 35억원에 대해서는 단순 뇌물공여 혐의를, 재단·사단법인인 미르·K스포츠재단 출연금 204억원과 동계센터 후원금 16억2천800만원에 대해서는 제3자 뇌물공여 혐의를 각각 적용했다.

특검은 뇌물수수죄는 실제 돈이 건너가지 않아도 약속만으로도 성립하는 관계로 삼성이 건네기로 한 430억원 전체에 뇌물공여 및 제3자 뇌물공여 혐의를 적용했다.

특검은 코레스포츠 지원금 35억원과 최씨의 딸 정유라(21) 씨에게 제공된 명마 구입 대금 집행에 대해서는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 혐의를 적용했다.

특검은 최 씨 지원을 위한 자금 집행을 정상적 컨설팅 계약 형태로 꾸민 행위를 재산 국외 도피와 범죄수익 은닉 처벌법 위반에 해당하는 것으로 보고 구속영장에 추가했다.

이재용 부회장의 변호에 나선 삼성 측은 최씨 일가 지원이 박근혜 대통령의 사실상 강요에 따른 것이며 피해자라고 주장을 펼쳤으나 삼성 오너의 첫 구속영장 발부를 피하지는 못했다.

삼성 측은 “특검이 뇌물 사건이라는 기본 틀을 짜놓고 이 부회장 구속이라는 목표 아래 군사작전을 하듯 벌여왔다”고 반발한 것으로 알려졌다. 

법원은 이재용 부회장과 함께 구속영장이 청구된 박상진 대외담당 사장에 대해서는 “피의자의 지위와 권한 범위, 실질적 역할 등에 비춰 볼 때 구속의 사유와 필요성을 인정하기 어렵다”며 영장을 기각했다. 
한편, 특검은 지난달 16일 이재용 부회장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으나 법원은 같은달 19일 뇌물죄의 요건인 대가성과 부정한 청탁에 대한 조사가 부족하다는 사유로 구속영장을 기각했으며, 특검은 지난 13일 이 부회장을 다시 소환해 15시간 고강도 조사를 벌인 뒤 17시간여 만인 14일 구속영장을 재청구해 결국 구속했다.

법원은 16일 오전 10시301분부터 오후 6시까지 7시간30분간 영장실질심사(구속 전 피의자심문)를 포함 19시간에 걸친 장고 끝에 17일 오전 5시35분께 이재용 부회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삼성은 창사 이래 79년만에 총수가 처음으로 구속되면서 최대 위기를 맞았고, 특검은 지난해 12월21일 현판식을 갖고 본격 수사를 시작해 열흘만인 같은달 28일 국민연금에 삼성 합병을 찬성하도록 압력을 넣은 문형표 국민연금공단 이사장(61·전 보건복지부 장관)을 구속한 이후 79일 만에 이재용 부회장을 구속하면서 박 대통령에 대한 ‘뇌물죄 입증’을 위한 문턱을 넘어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