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재 원인 조사

경찰과 부천소방서는 정확한 화재 원인을 밝히기 위해 14일 오전 10시 국립과학수사연구소와 합동 감식을 벌이는 등 본격적인 조사를 벌이고 있다.

수사의 초점은 주차된 탱크로리 유조차에 불길이 어떻게 옮겨 붙게 됐는지에 초점이 모아질 것으로 보인다. 경찰은 특히 유류 절도 등 범행중 가스라이터 등의 불꽃에 의해 유증기에 착화 발화될 개연성 또는 인위적인 착화의 개연성 등을 염두에 두고 조사를 벌이고 있으며, 주차 차량 등 관계자의 진술을 토대로 화재와 관련된 용의자로 추정되는 주차장 관리자 1명을 조사중이지만 현재 화재와 관련된 진술은 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책임 공방 및 후속 대책

대형 화재로 번진 서울외곽순환고속도로 부천구간 하부공간은 도로 개통 이후부터 줄곧 부천시와 한국도로공사 간 하부공간 활용문제를 놓고 팽팽한 줄다리기를 해 왔고, 부천시는 이곳을 체육시설로 활용한다는 계획을 이미 오래 전에 세워 놓고 있지만, 수익사업을 앞세운 도로공사 측과 협의가 이뤄지지 않았고 최근에는 외곽순환고속도로 정체현상을 해소하기 위해 국토해양부와 도로 개설을 검토하면서 사실상 방치돼 오고 있는 실정이다.

이로 인해 서울외곽순환고속도로 부천구간 하부공간에는 대형 트럭과 탱크로리 유조차 등의 밤샘 주차는 물론 컨테이너 박스 등 각종 불법 시설물이 들어서면서 인근 아파트단지 주민들이 수차례 민원을 제기해 왔고, 부천시의회에서도 지역구 의원들이 시정질문 등을 통해 도시미관 훼손 및 안전사고 위험 등을 지적하며 단속 및 정비를 요구했으나 흐지부지 돼 왔다.

부천시는 대형 화재가 발생한 직후 서울외곽순환고속도로 하부공간의 각종 불법시설물에 대한 대대적인 단속 계획과 활용방안에 대한 후속 대책을 신속하게 내놓았다.

김만수 시장은 14일 오전 10시 시청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서울외곽순환고속도로 부천구간 하부공간 활용문제를 놓고 그동안 한국도로공사 측과 협의해온 상황을 상세히 제시하는 한편, “하부공간의 법시설물 단속은 한국도로공사의 권한이어서 그동안 불법시설물 정비에 한계가 있었다”면서 “향후 도로공사와 긴밀히 협조해 불법시설물에 대한 강력한 행정단속 실시해 신속하게 정비하겠다”고 밝혔다.

김 시장은 “서울외곽순환고속도로 하부공간의 단속은 부천시가 도로공사측에 요청하면 도로공사에서 단속하는 방식으로 이뤄져 그동안 지속적으로 불법시설물 단속을 요구해 왔다”며 “TF팀의 정비계획에 따라 개별법에 의한 철저한 단속 실시하겠다”고 말했다.

시는 앞서 이미 TF팀의 1차 정비계획에 따라 각 부서별로 하부공간의 정비대상 시설물에 대한 행정명령 계고문을 3차례 이상 발송하고, 내년 2월까지 관련법에 의거 시설물 정비 행정명령 계고 시행하고, 내년 3월부터 과태료 및 변상금 부과, 고발 등 행정집행 실시할 계획을 추진중에 있다.

시는 하부공간 P49~P53, P93~P96을 특별 집중단속구간으로 정해 놓고 있으며, 이곳에는 품앗이 후원회와 환경장애연구 부천시협회, 열린정보 장애인협회가 컨테이너 박스를 이용해 사무실로 사용해 오고 있다.

시는 오는 24일 TF팀 2차 회의에서 각 개별법에 의한 하부공간 정비이행사항을 결정해 추진할 계획이다.

◇하부공간 활용방안 줄다리기

한편 부천시는 서울외곽순환고속도로 부천구간 하부공간의 활용문제를 놓고 도로공사 측과 지난 2006년 8월25일 내년 8월24일까지 5년간 영리시설 설치 불가 및 불법시설물은 부천시가 책임 정비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개발 협약’을 체결한 바 있다.

하지만 2006년 8월30일 부천시는 행정집행권자 규명과 관련해 부천시 고문변호사에 자문을 의뢰한 결과 “행정집행권자는 도로공사이므로 행정대집행이 불가하다”는 의견을 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어, 그해 12월23일 부천시 하부공간 개발 기본계획 용역을 통해 체육시설 및 교통시설(견인보관소)를 설치했고, 2007년 3월26일 국토해양부에서 서울외곽순환도로 지정체 완화방안 용역 추진하면서 하부공간 활용 추진을 일시 중지할 것을 부천시에 요청해 왔고, 시는 올해 3월과 4월 국토해양부와 도로공사 측에 하부공간 체육시설 활용을 건의했으나 ‘하부공간의 도로 개설을 검토중에 있다’는 답변을 받아 체육시설 활용계획이 보류됐다.

시는 지난 10월27일 소음 및 진동으로 인한 민원이 발생함에 따라 하부공간 정비를 위한 TF팀을 구성했고, 지난달 16일 TF팀 1차 회의에서 도로공사와 공조해 관련부서 개별법에 의한 정비를 추진키로 하고, 이달 2일 도로공사 측에 하부공간 임시 사용 협의를 요청했으나 도로공사 측에서는 ‘하부공간 도로 개설을 검토 중으로 임시 사용이 불가하다’는 입장을 밝혔고, 시는 재차 지난 6일 도로공사에 하부공간 정비 행정계고 협조를 요청하는 TF팀정비계획을 통보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서울외곽순환고속도로 부천구간 하부공간 활용문제는 부천시와 도로공사 간 그동안 수차례에 걸친 협의가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불법 시설물에 대한 단속 및 정비도 차일피일 미뤄지면서 이번 화재로 인해 새삼 도마위에 올라 향후 신속한 후속대책이 나와야 한다는 상동신도시 아파트단지 주민들을 비롯한 부천지역사회 여론의 화살을 비껴가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서울외곽순환고속도로 부천구간 중동IC 부근 주차장 화재 현장 평면도. <<부천소방서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