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전국 곳곳 대형마트와 동네 슈퍼마켓 사이의 틈새시장인 주택가 골목에 대형 유통업체에서 운영하는 ‘기업형 슈퍼마켓(SSMㆍSuper Super Market)’이 생겨나면서 골목 상권과 재래시장의 위축을 가져온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부천 중동신도시에도 SSM 입점이 은밀하게 추진되면서 뒤는게 이같은 사실은 알게 된 지역상인들이 입점 저지 비상대상대책위원회를 구성, 본격 저지 투쟁에 나서기로 했다.

SSM의 부천 진출 6호점으로 기록될 ‘홈플러스 익스프레스 슈퍼마켓’이 들어선 곳은 원미구 중4동 1034-4번지 부천시청 맞은편 계남대로변 상가건물 뒷편이다.

이와 관련, 경기서부슈퍼협동조합ㆍ부천시상인연합회ㆍ민주노동당 부천시위원회는 ‘홈플러스 익스프레스 입점저지 중4동 비상대책위원회’(☎032-653-1606)를 구성해 입점 저지 투쟁에 나서기로 하고 오는 16일 오후 2시 입점 현장에서 입점 저지 투쟁을 결의하는 기자회견을 가질 예정이다.

비대위측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이미 전국 주택가 골목 곳곳에 우후죽순으로 생기고 있는 대형유통업체의 ‘기업형 슈퍼마켓(SSM)’의 진출로 인해 골목 상권이 망가지고 아파트단지의 상가와 재래시장이 몰락하고 있으며 소상공인들의 생존권이 위협받는 상황”이라며 “부천시 또한 예외없이 진행돼 더이상 물러설 곳이 없다는 절박한 심정으로 입점 저지 투쟁에 나선다”는 각오를 밝힐 예정이다.

홈플러스 익스프레스 부천 중4동점은 그동안 철거공사를 해오다가 어제(13일)부터 밀폐공사를 진행하고 있으며, 이같은 사실을 (사)경기서부슈퍼협동조합에서는 지난 12일 경기도에 사업조정 신청을 낸 상태다.

이에 앞서 홈플러스 상동점에서 불과 300m 떨어진 곳에 홈플러스 익스프레스 상동점이 지난 9월25일 기습 개점해 영업을 하고 있다. 이곳은 그동안 밀폐공사를 통해 주변 상인들에게는 실내골프연습장이 들어올 것이라고 거짓 소문을 흘린 뒤 새벽 시간대에 물건을 들여놓고 다음날 오전에 간판을 달아 개점, 영업을 시작했고, 뒤늦게 이를 알게 된 인근 소상공인들은 같은날 경기지방중소기업청에 사업조정권고 신청을 내며 반발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부천지역에서의 SSM 방어막은 이미 뚫린 상태이다. 현재 홈플러스 익스프레스 상동점, 도당점, 중동점과 롯데슈퍼 범박점, GS 슈퍼마켓 약대점 등 5곳이 영업을 하고 있으며, 앞으로도 더많은 SSM 입점을 추진할 것으로 보여 동네 골목상권을 잠식에 따른 적지않은 반발이 예상된다.

SSM 입점에 따른 생계 위협을 받는 영세상인 및 소상공인들의 반발 수위가 높아짐에 따라 사업조정 신청을 관할하는 중소기업청에서 지난 8월 △대부분 공사가 마무리돼 판매가 가능한 상태 △자금결제, 판매대 설치 등으로 영업이 가능한 상태 △간판, 인력 확보 등이 된 상태 등 기습 및 편법 개점 여부를 판단하는 기준에 대한 SSM 사업조정 세부지침을 마련, 발표했다.

하지만 대형유통업체의 골목상권을 겨냥한 SSM 입점은 군사작전을 방불케 할 정도로 다양하고 치밀하게 추진돼 은밀한 공사 및 기습 편법 개점이 늘어날 것으로 보여 이에 맞선 지역상인들의 사업조정 신청 및 반발도 거세질 전망이지만, 대형 유통업체에 맞서기에는 벅찬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 양상이 되고 있는 게 엄연한 현실이다.

한편 대형 유통업체가 탄생시킨 ‘기업형 슈퍼마켓(SSM)’은 30~50평 규모로 대형마트 시장이 한계에 부딪히자 200년부터 골목길 틈새시장 공략을 목표로 하고 있다. 2000년 26개에서 올해 7월까지 428개로 늘어나는 등 홈플러스 익스프레스, 롯데슈퍼, GS슈퍼마켓에 이어 대형마트 1위 업체인 신세계까지 가세해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지역 영세상인들과 시민단체에서는 지역상권에 미치는 영향 등을 조사해 SSM의 입점 여부를 허가해 주는 ‘허가제’ 및 영업시간 규제를 요구하는 반면, 정부에서는 허가제는 세계무역기구(WTO)의 서비스협정 규정에 위반된다는 이유로 지역협력 사업계획을 마련해 지자체에 등록만 하면 되는 ‘등록제’를 만들어 국회에 제출한 상태여서 논란이 예상된다.

일본은 100㎡ 이상 대규모 점포를 개설할 때 근처 상인과 주민을 대상으로 공청회를 열어야 하고, 프랑스는 인구 4만명 이상 지역에 연면적 100㎡ 이상 규모 매장이 들어설 경우 허가를 받아야 하며, 독일은 연면적 120㎡ 이상 규모의 점포에 대해 도시계획법령과 허가제를 적용해 대형마트 난립을 통제하고 있다.

홈플러스 익스프레스 슈퍼마켓은 지난 1999년 영국 테스코사가 삼성과 합작으로 한국 현지법인 삼성테스코를 설립해 112개의 홈플러스를 운영하고 있으며, SSM은 골목상권을 활성화해 일자리 창출과 사회공헌 등의 이점을 내세우며 골목시장을 파고 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