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스트트랙’ 지정을 본궤도에 올리려는 여야 4당(더불어민주당·바른미래당·민주평화당·정의당)과 이를 총력 저지하려는 자유한국당은 국회 소관 특별위원회 회의장과 로텐더홀 등 곳곳에서 ‘밤샘 몸싸움’을 벌이며 대치했다.
여야 4당은 25일 선거제와 개혁법안들의 패스트트랙 지정을 시도했지만 자유한국당의 강력한 저지에 막혀 일단 실패했다.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정개특위)와 사법개혁특별위원회(사개특위)는 여야 4당의 주도 하에 25일 밤에 패스트트랙 문제 논의를 위한 전체회의를 소집했다.
정개특위는 이날 오후 9시 30분 국회 본청 행정안전위원회 회의실에서, 사개특위는 오후 9시에 본청 220호 회의실에서 회의를 하려 했으나, 한국당이 회의실 앞에서 여야 4당의 특위 위원들의 진입 자체를 원천 봉쇄하는 ‘육탄 저지’로 개의에 실패했다.
이 과정에서 여야4당과 한국당은 막말과 고성을 주고받는 설전을 벌이며 험악하게 대립했다.
민주당은 ‘불법 폭력·회의 방해’를 내세우며 한국당을 비판했고, 한국당은 ‘헌법 수호·독재 타도’ 등을 내세우며 맞섰다.
민주당과 한국당의 충돌은 국회 본관 7층 의안과 사무실 앞에서 격렬하게 대치했다.
의안과에 법안 제출을 위해 진입을 시도하하려는 민주당과 이를 필사적으로 제지하는 한국당이 충돌했다.
민주당과 한국당 당직자들이 중심이 된 충돌은 26일 오전 1시 30분께 시작돼 2시간 가까이 이어졌다.
의안과의 팽팽한 대치는 사개특위 소속 민주당 의원들이 25일 오후 6시 45분께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법안과 검경수사권 조정법안을 제출하기 위해 국회 본청 7층을 찾으면서 고성과 몸싸움을 동반한 격렬한 충돌이 발생했다.
문희상 국회의장은 의사과 업무가 마비되자 국회 출범 이후 6번째로 경호권을 발동했다. 의장이 경호권을 발동한 것은 1986년 이후 33년 만에 처음이었다.
경호권 발동 이후 국회 경위 및 방호원들이 출동했지만 한국당의 육탄 방어막을 뚫는데 실패했고, 민주당은 물리적인 법안 제출이 불가피하자 결국 ‘이메일 법안 제출’을 선택했다.
이어, 민주당의 사개특위 의원들은 26일 오전 2시 40분께 국회 본청 6층에 있는 법제사법위원회 회의실이 비어있는 점을 노려 회의를 열었지만, 민주당 의원 6명만 참석해 패스트트랙 의결정족수(11명·재적 위원 18명 중 5분의 3 이상)를 충족하지 못해 회의는 개의 40여분 만에 정회했다.
결국 밤샘 대치가 팽행하게 이어지면서 민주당 지도부는 한국당과의 대치를 일시 중단하고 해산을 결정했다.
한편, 여야 4당은 패스트트랙을 25일 본궤도에 올리는데 실패했지만 사개특위 회의를 열 수 있었던 것은 바른미래당의 사개특위 간사 오신환 의원의 사보임()사임과 보임이 합쳐진 말로, 국회 상임위원회나 특별위원회 위원을 교체하는 절차)이 이뤄졌기 때문이다.
바른미래당은 이날 오전 옛 바른정당계 의원들의 강력한 반발에도 불구하고 사개특위에서 캐스팅보트를 쥔 오 의원의 사보임을 강행했다. 오 의원이 사개특위에서 반대표를 던지겠다고 공언하면서 사개특위 의결정족수(11명·재적 위원 18명 중 5분의 3 이상) 부족 사태가 예견된 데 따른 조치였다.
문희상 국회의장은 ‘오 의원을 채이배 의원으로 교체한다’며 바른미래당 지도부가 낸 사보임 신청서를 승인했다. 문 의장이 전날 오 의원 사보임에 반대하는 한국당 의원들과의 마찰 끝에 병원에 입원한 상태에서 ‘병상 결재’를 했다.
바른미래당 지도부는 또 권은희 의원마저 임재훈 의원으로 교체하는 사보임을 강행했다. 권 의원은 이날 오후에 열린 사법개혁 법안 협상 과정에서 공수처 잠정 합의안과 관련해 비판적인 입장을 보이자 결국 바른미래당 김관영 원내대표가 권 의원의 사보임을 결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여야 4당은 26일 사개특위와 정개특위를 열고 패스트트랙 안건 지정을 다시 시도한다는 방침이어서 한국당과 일부 바른미래당 의원의 저항이 더욱 거셀 것으로 보여 긴장감이 감도는 가운데 다시 한번 대한민국 국회의 부끄러운 민낯이 전 국민은 물론 해외까지 비춰질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더구나 여야는 지난 2012년 여야가 이른바 ‘몸싸움 방지법’으로 불리는 국회 선진화법을 도입한 이후 7년 만에 이를 무색케 하는 육탄전, 몸싸움, 욕설 등이 난무하면서 언론에서는 이른바 ‘막장 국회’, ‘동물 국회’, ‘식물 국회’, ‘난장판’, ‘아수라장’ 등의 표현까지 등장하며 패스트트랙을 둘러싼 국회의 여야 대치 상황을 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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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야 4당은 패스스트랙을 반드시 관철시키겠다는 입장이고, 한국당과 옛 바른정당계 의원들은 총력 저지하겠다는 입장이어서 26일부터는 여야의 극한 대치에 따른 돌발 상황 및 충돌이 우려되고 있다.
작금의 ‘여의도 정치’는 꼬일대로 꼬인 채 ‘물밑 협상’마저 전혀 작동되지 않은 가운데 표류하는 모습을 지켜보는 국민들에게는 적지않은 우려와 실망을 던져주며 개탄스런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여야 4당과 자유한국당의 패스트트랙 상정 및 저지를 둘러싼 대치는 자칫 장기화될 우려마저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