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 전 의원은 이날 오전 11시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비통한 마음으로 바른미래당을 떠난다“며 ”어제 손학규 대표의 기자회견 발언을 보면서 바른미래당 재건의 꿈을 접었다“고 밝혔다.
안 전 의원은 “2년 전 거대양당의 낡은 기득권 정치를 넘어 영호남 화합과 국민 통합으로 정치를 한 발짝 더 미래로 옮겨보자는 신념으로 바른미래당을 만들었고, 지난 지방선거 때도 온 몸을 다 바쳐 당을 살리고자 헌신했다”며 “그러나 당은 지방선거 이후에도 재건의 기반을 만들지 못한 채 내홍과 질곡 속에 갇혔다. 내부 통합도, 혁신도, 국민께 삶의 희망과 비전도 제시하지 못하는 정당이 됐다. 소속 의원 개개인의 높은 역량은 기성 정치질서에 묻혀버렸다”고 했다.
안 전 의원은 “총선이 77일 남은 시점에서 21대 총선에 나설 바른미래당 예비후보자가 20여명에 불과하다는 참담한 현실로 다가 와 있다”며 “기성 정당의 틀과 기성 정치 질서의 관성으로는 우리에게 내일은 없다. 자기 편만 챙기는 진영정치를 실용정치로 바꾸어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바른미래당을 재창당하여 그러한 길을 걷고자 했지만, 이제는 불가능하다는 결론을 내렸다”며 “제게 주어지고 제가 책임져야 할 일들을 감당하고자 하며, 제 자신도 알 수 없는 거대한 거친 파도를 정면으로 바라보며 뛰어 들고자 한다”고 말했다.
그는 “하나의 물방울이 증발되지 않고 영원히 사는 방법은 시대의 바다, 국민의 바다 속으로 뛰어드는 것이기 때문”이라며 “설사 영원히 사라진다 해도 그 길이 옳다면 결코 주저하지 않겠다. 증오와 분열을 넘어 화해와 통합의 정치로 미래를 열고자 하는 저의 초심은 갈수록 뚜렷해지고 있다. 안전하고 공정한 사회, 제대로 일하는 정치를 통해 국민이 행복한 나라를 만드는 데 모든 것을 바치겠다”고 했다.
그는 “저의 길은 더 힘들고 외로울 것이다. 그러나 초심을 잃지 않고 진인사대천명(盡人事待天命), 어떠한 결과가 나오든 국민의 뜻이 하늘의 뜻”이라며 “저는 진심을 다해 이 나라가 미래로 가야하는 방향에 대해 말씀드리고 그렇게 하기 위해 우리정치와 사회가 어떻게 바뀌어야 하는지 간절하게 호소할 것”이라고 했다.
안 전 의원은 “지금 대한민국은 담대한 변화의 새 물결이 필요하다. 기성의 관성과 질서로는 우리에게 주어진 난관을 깨고나갈 수 없다”며 “안철수의 길을 지켜봐 달라”고 했다.
한편, 안철수 전 의원은 지난 19일 귀국한 후 바른미래당 ‘재건’을 모색하면서 지난 27일 손 대표와 첫 회동을 가졌지만 의견차를 좁히지 못한 가운데 손학규 대표에게 ‘비상대책위원회’ 출범해 지도부를 개편하자는 뜻을 전했지만 손 대표는 이를 거절했다.
손학규 대표는 어제 오후 기자회견을 열고 안 전 의원과 전날 만난 결과를 설명하면서 “저에게 물러나라고 하는 일방적인 통보, 언론에서 말하는 소위 최후통첩이 될 것이라고 하는 것을 상상도 못했다. 개인 회사의 오너가 CEO를 해고 통보하는 듯 말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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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 대표는 “안 대표는 비대위 구성을 제의했고, 비대위를 누구에게 맡길 거냐라고 물으니까 제게 맡겨주면 열심히 하겠다라고 대답했다”며 “전당원투표제와 전당대회, 재신임투표를 얘기하면서 지도부 교체를 요구했고, 내일(28일) 의원들과 오찬하기 전까지만 답해 주시면 된다고 하면서 이 말씀을 드리러 왔다고 말하면서 자리에서 일어났다”고 했다.
그러면서 “안 대표에게 기대했던 것은 당의 미래에 대해서 같이 걱정하고 힘을 합칠 방안을 깊이 있게 논의하는 것이었지만 그런 것은 없이 곧바로 저의 퇴진을 말하는 비대위 구성을 요구하고 위원장을 자기가 맡겠다고 하는 것이니 당혹스러울 수밖에 없었다”며 “안 대표의 제안은 과거 유승민계나 안 대표의 측근 의원들이 했던 얘기와 다른 부분이 전혀 없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손 대표는 “제가 그동안 온갖 핍박과 모멸 속에서도 당을 지켜온 것이 바로 바른미래당을 자유한국당으로 합치고자 하는 음모를 막아야 한다는 절박한 사명감 때문이었고, 거대 양당의 극한 대결로 점철된 한국의 정치를 개혁해서 제3지대에서 실용중도정당을 설립하여 다당제 연합정치의 기틀을 다지기 위한 것이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