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무실의 작은 화분에 자라는 작은 단풍나무가 새봄과 함께 연하디 연한 빨간 빛깔의 줄기를 한껏 뽑아올리며 새 잎파리가 돋아나 접힌 우산이 펴지듯 제 모양의 연초록 잎을 펼쳐 보인다. 한 모퉁이에서 햇빛이 모자라지만 지난 겨울엔 참고 참다가 빨간색을 잃은 황록색 단풍으로 물들다가 볼쏘시개처럼 돌돌 말린 잎을 떨궈낸 뒤 죽은 듯이 있다가 봄을 맞아 새순을 피워낸다. 어느 척박한 땅이든 환경에 게의치 않고 뿌리를 내린 식물의 절기(節氣)에 민감함에 새삼 놀라움을 금치 못하게 한다. 일상의 작은 기쁨은 우연한 인연처럼 때에 맞춰 생겨나고 이어지는데 있는 건 아닐까. 2015.3.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