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3명 생환 드라마
13일 오후 9시56분(한국시간 14일 오전 9시56분), 지하에 투입된 구조캡슐 ‘피닉스(불사조)’에 작업반장 루이스 우르수아(54)가 마지막으로 지상으로 올라오면서 지난 8월5일 칠레 북부 산호세 광산 붕괴로 매몰됐던 광부 33명을 구조하기 위한 69일간의 대장정이 성공적으로 막을 내렸다.
구조요원들은 지하 700m 갱도에서 ‘칠레 구조작전 완료(mission completed,Chile)’라고 급조한 플래카드를 비디오 카메라 앞에 보이면서 구조작전이 성공적으로 끝났음을 전세계에 알렸다.
매몰 광부들의 ‘정신적 지도자’였던 우르수아가 탄 피닉스가 지상으로 올라오면서 전세계는 마지막 귀환자를 향해 박수와 환호를 보내며 그의 ‘희생적 리더십’을 극찬했다. 우르수아도 지상에 도착한 후 동료들, 세바스티안 피녜라 대통령 등과 포옹하면서 ‘비바 칠레(칠레 만세)’를 외치며 기적의 생환 기쁨을 함께 나눴다.
우르수아는 “구조팀의 헌신적인 노력에 감사드린다”며 “우리를 위해 모든 것을 해준 대통령께도 감사의 뜻을 전하고 앞으로 이런 일이 다시는 없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피녜라 대통령은 “칠레 모든 국민과 세계 모든 이들에게 희망과 웃음을 줬다”며 “작업이 무사히 끝난 데 대해 하느님께 감사드린다”고 화답했다. 그는 특히 “칠레 노동자들에 대한 처우개선 방안을 조속한 시일 내에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지상행 마지막 티켓을 선택했던 우르수아는 30년 광부생활 경험을 토대로 지난 69일간 매 순간 지혜와 과단성으로 자칫 혼란과 분열이 오기 쉬운 매몰생활을 조직적 규율과 훈훈한 인간애가 오가는 공간으로 만들었다.
매몰 순간부터 광부들에게 재빨리 몸을 웅크릴 것을 명령해 33명이 모두 생존할 수 있었고, 생존 소식이 17일 만에 지상에 타전될 때까지 광부들에게 48시간마다 참치를 한 숟가락씩 제공하며 견디도록 했다. 지하공간도 작업공간, 취침공간, 위생공간으로 현명하게 나눴으며 광부들을 12명씩 교대 근무하게 했다.
주요 외신 등에 따르면 우르수아는 지난 12일 지하에서 이뤄진 외신들과의 화상 인터뷰에서 “내 동료들은 서로 다른 자질과 성품을 가졌지만 자신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했다. 그들이 자랑스럽다”며 동료들에게 기적의 생환에 따른 공을 돌렸다.
33명 광부들의 구조작업도 놀라울 정도로 정확했고 빠르게 진행됐다. 당초 4개월이 걸릴 것으로 예상했던 구조작업은 2개월로 단축됐고, 구조시간도 원래 계획했던 48시간보다 훨씬 빨라져 만 하루를 채우지 않은 22시간36분34초 만에 끝났다.
이번 구조 작전에는 광산 기술자와 구조 전문가, 의료요원 등 250여명과 나사(NASA·미국 항공우주국)의 첨단기술이 동원되면서 최소 2천200만달러(약 247억원)가 투입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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