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사를 짓는 이들은 그 누구보다 봄소식을 기다리고 반가워할 것이다. 한해 농사의 희망을 품고 지난해보다 더 좋은 수확을 기대하기 때문이다.
제20대 대통령 선거를 치른 지 한 달이 지났다. 이번 대선에서는 역대 대선에서 볼 수 없었던 여러 이슈들로 시끄러웠다.
유력 후보에 대한 비호감도, 후보자 부인에 대한 이런저런 의문, 선거운동 과정에서 불거진 세대 간의 갈등과 젊은 남성과 여성의 대결 분위기, 코로나 확진 유권자들을 대상으로 한 별도의 투표 관리에서 드러난 문제점 등 일련의 일들은 민주주의의 꽃이라는 선거에 대한 기대보다는 실망을 키웠다.
투표를 마감하고는 더 커다란 진통의 시간을 마주했다. 출구조사 결과는 예상치 못한 미세한 차이였고, 실시간 개표 방송은 우리를 너무나도 긴장시켜 잠을 청할 수 없는 밤이 길었다.
새벽 시간에 결국 0.73%(24만7천77표) 차이로 당락이 결정됐다. 이 과정을 보면서 축구 경기의 ‘인저리 타임(injury time)’이 떠올랐다.
전·후반 90분 정규 시합 시간 이후에 선수 부상과 교체, 프리킥 준비 시간 등을 감안해 심판 재량으로 몇 분의 시간을 더 주는 ‘인저리 타임’에 골이 들어가 승리하는 것처럼 전율이 흘렀다.
이제 선거는 끝났다. 미국 16대 대통령 링컨은 “투표는 총알보다 강하다”고 했다. 이 말은 세상을 바꾸는 힘이 선거와 투표에서 나온다는 의미일 것이다.
득표 차이가 얼마가 되었든 한 표라도 더 얻은 후보가 당선이 되고, 당선자는 선거 결과의 지위에 올라 행사하게 된다. 그런데 선거에서 이겼다고 무엇이든 다 해보겠다는 만능주의는 아니다.
48.56% 대 47.83%. 나를 선택하지 않은 유권자의 뜻을 겸허하게 수용하고 다 같은 이 나라의 국민임을 알아야 한다. 그래야만 진정한 통합의 역사를 새로 쓸 수 있을 것이다.
지난 1월, 필자는 이번 대선이 봄소식을 물고 오는 제비가 될 것인지, 아니면 봄이 되어도 고향으로 떠나지 못하는 기러기가 될 것인지의 주제로 기고를 한 바 있다.
5년 만에 정권을 내놔야 하고, 다시 찾아온 유권자들의 마음은 불문가지(不問可知)일 것이다. 이런 마음을 가져 보면 어떨까.
온 국민이 바라는 국제 경기에 우리나라 대표 선수 1명이 출전한다. 선수 선발 과정이 만족스럽지 않았다 해도 우리 선수가 승리하길 바라는 한마음으로 응원하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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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는 현재 대외적으로 어느 시기보다 긴장이 고조되고, 국내적으로는 코로나19 여파로 온 국민이 힘들고 특히 자영업자들에겐 아직 깊은 겨울과도 같을 것이다. 부디 나라가 잘 되기를 바라는 좋은 마음으로 하나가 되길 바란다.
화사하게 핀 벚꽃이 남쪽에서부터 중부 지방으로 올라오고 있다. 계절은 누구에게나 공평해서 만개한 벚꽃의 아름다움을 모두 즐길 수 있다.
허나 우리 삶은 계절처럼 완벽히 공평할 수는 없는 게 현실이다. 그렇기에 어느 선에서 만족할 줄 아는 마음이야말로 중요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