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혜경作 ‘황룡도(黃龍圖)’
| AD |
용(龍)은 호랑이 못지않게 민화에 자주 등장하는 대표적인 상징물입니다. 용은 십이지, 열두 띠 가운데 쥐, 소, 호랑이, 토끼에 이은 다섯 번째 동물입니다.
용은 전설속에만 나오는 동물로 실제로는 존재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한가지 재미있는 사실은 용은 모든 실제 동물과 상상 속 동물들의 능력 및 장점을 취하여 만들어낸 동물입니다.
중국 명(明)나라의 의사 이서진(1518~1593)이 지은 ‘본초강목’에 의하면, 용은 머리는 뱀, 뿔은 사슴, 눈은 토끼, 귀는 소, 목은 뱀, 배는 큰 조개, 비늘은 잉어, 발바닥은 호랑이, 발톱은 매 등 아홉 가지 동물의 장점인 부분만 따서 만들어진 상상속의 동물입니다.
또 하나 재밌는 사실은 동양의 용과 서양의 용이 어떻게 다른가 하는 점에 있습니다.
동양에서 용은 신성한 동물로 ‘영수(靈獸)’라고 칭하며 매우 귀하게 여겨졌습니다. 용이 나타나면 세상이 변할 징조로 받아들였을 정도였습니다.
하지만 서양의 용, 드래곤은 세상을 어지럽히는 물리쳐야할 대상으로 여겨졌습니다. 영화 ‘반지의 제왕’에서 반지의 악령 나즈굴이 나타날 때 서양의 용, 드래곤을 타고 나타나는데 우리 동양의 용과는 판이하게 다른 모습일 뿐만 아니라 악의 화신으로 묘사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그래서 동양의 그림에서는 용이 신성하고 영험한 이미지로 나타나지만, 서양의 용, 드래곤은 항상 고귀한 자가 맞서 싸워 죽이는 이미지로 많이 나타납니다.
그렇다면 우리 민화속에 나타난 용에 대하여 살펴보면, 용은 무섭고 신비로운 모습보다는 익살스럽고 재미있게 표현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친근하고 덕이 많은 영감 같은 모습입니다.
용은 왕을 상징하기 때문에 아무나 용무늬를 사용할 수 없었지만, 조선시대에 일반 백성도 예술을 즐기면서 생활용품에 그림을 그려 넣었습니다. 이렇게 용무늬가 여러 계층에 널리 이용되었습니다.
양반들이 사용하는 도자기에서부터 민화, 대문 그림, 목공예품 등 다양한 곳에 용무늬가 들어갔으며, 이때 용을 무섭고 근엄하게만 그리지 않았으며, 사람들이 흔히 느끼는 슬픔, 기쁨, 즐거움, 화남 등의 감정이 용의 표정에서 드러나고 있습니다.
그리고 용을 그릴때에는 격식이 있어 발톱에 따라 구별하는데 발톱이 5개이면 왕과 왕비를 표현하며, 4개 이하이면 사대부나 서민들이 집안에서 사용했습니다.
용은 상징적인 의미뿐 아니라 그 외형에 있어서도 다양한데 청룡, 흑룡, 황룡, 백룡 등이 있는데, 청룡(靑龍)은 사악한 잡귀를 내 쫓는 벽사의 의미를 담고 있으며, 흑룡(黑龍)은 기우제를 올려 비를 구했던 대상입니다. 이에 반하여 황룡(黃龍)은 백룡(白龍과) 함께 임금, 황제를 상징하였습니다.
그 중에 황룡은 인자스럽게 생긴 모습에서 복록(福祿)을 받고 싶어하는 복록 사상과 오래 살고 싶어하는 장수(長壽) 사상이 깃들어 있습니다.
특히 새해가 오면 더 많은 용 그림을 궁궐의 문이나 민가의 문에 내다 붙였으며 용의 능력을 빌려 잡귀신을 물리치고자 했다고 합니다.
끝으로 용 그림은 호랑이 그림처럼 벽사와 길상, 또는 수호의 능력을 상징하면서 널리 그려졌습니다. 왕이나 군신의 관계, 기우제 등에 널리 사용됐으며 일반 서민들도 용의 힘을 빌려 그들이 바라고자 하는 소망을 기원하기도 했습니다.
이렇듯 우리 선조들은 용의 초능력을 그때 그때 상황의 필요에 따라 의탁하거나, 거기에 더하여 인간의 욕구와 정서를 대입시켰던 것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