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일 개막돼 세계 35개국 188편의 영화를 선보인 제7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PiFan2003)가 18일 오후 7시 부천시민회관 대강당에서 김창완, 배유정의 사회로 진행되는 폐막식과 함께 폐막작 <싸이퍼> 상영을 끝으로 공식행사를 마감했다.

그러나 폐막식 이후 관객들에게 영화관람의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마련한 포스트 페스티발이 19일 하루동안 진행돼 또다른 폐막작인 <여고괴담 세번째 이야기: 여우계단>이 19일 오후 8시 부천시민회관에서 상영되며, 이날 자정에는 복사골문화센터에서 열리는 심야 상영작 <판타스틱 단편걸작선 1,2,3,4,5>이 끝나는 20일 오전 8시께 PiFan2003의 모든 일정이 사실상 멈춘다.

영화제 사무국은 18일 오전 11시까지 부천영화제를 찾은 관객은 모두 6만8천여명. 지난해 총 관객 5만7천800명을 훨씬 능가했으며, 포스트 페스티벌이 열리는 19일까지 7만여명의 관객이 찾을 것으로 내다봤다. 좌석은 총 9만6천854석 중 6만265석이 발급됐다.

올해 영화제는 주최 측의 깔끔한 진행으로 행사나 상영이 취소된 경우는 한 건도 없으며, 영사 사고도 2건에 그치는 등 예년에 비해 대폭 줄어들었으며, 그동안 10대 후반∼ 20대에 집중되던 관객의 폭이 대폭 강화된 패밀리 섹션에 어린이들 동반한 가족단위 관객이 늘어났고 60년대 홍콩 무협물의 황금기를 돌아보는 쇼브라더스회고전에 40∼60대 관객이 찾는 등 관객의 연령층이 다양해졌다는 것은 성과로 꼽힌다.

특히 ‘관객과 함께하는 영화제’라는 이미지를 확고하게 굳혀 개막식도 사회자없이 진행했고 일반 관객에게 레드 카펫을 개방하는 등 파격을 선보인 점도 신선했다는 평을 받고 있다.

그러나 한가지 아쉬운 점은 지난해에도 지적됐듯이 영화제 기간동안 배우나 감독, 제작자 등 영화인들의 참여가 저조했다는 점에서, 내년 영화제때는 많은 영화인들이 영화제를 찾아 관객들과 자연스럽게 만날 수 있는 기회를 더많이 제공하는 프로그램을 개발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 화제 하나
●상영관보다 더 붐빈 영화제 홈페이지

판타스틱한 디자인과 자유로운 구성으로 오픈하자마자 화제를 모은 PiFan 홈페이지(www.pifan.com)는 접속자 수가 전체적으로 작년 대비 40%이상 증가해 개막식 이후 하루 접속자 수가 2만명을 넘을 정도로 활발하게 운영.

자유게시판에 올라오는 글들도 예년에 비하여 2~3배 증가해 18일 오후 4시 현재 7천390여건의 글들이 게시됐으며, 게시판을 통해 영화제 및 행사 정보를 주고받는 글들과 영화평과 행사평에 관한 글도 많이 올라오는 등 건전한(?) 내용들로 채워진 것도 특징.

특히 자신이 영화제에서 볼 상영작 리스트를 적어놓고 서로 의견을 교환하는 모습이나 PiFan에서 혼자 영화보는 사람들이 ‘나홀로 PiFan’이라는 다음 카페를 만들어 긴밀하게 오프라인 모임을 갖는 모습은 예년에 없던 현상.

김홍준 집행위원장은 “영화제에 직접 찾아와서 즐기는 것 뿐 아니라 홈페이지를 통해 영화제 소식과 게시판을 살피는 네티즌들 또한 소중한 PiFan의 관객”이라며 홈페이지 관리와 운영에 각별한 노력을 기울일 것을 강조.

#. 화제 둘
●개막식 의전행사 대폭 간소화 호평

지난 10일 부천시민회관에서 열린 개막식은 ‘관객과 함께 하는 영화제’의 이미지에 걸맞은 행사였다는 호평.

올 영화제 개막식은 사회자를 따로 두지 않고 김홍준 영화제집행위원장이 진행토록 해 격식을 없애는 등 의전을 대폭 간소화하고 식전행사를 풍성히 마련해 축제분위기를 고조시키는데 중점을 둔 것이 특징.

#. 화제 셋
● KINO의 폐간을 반대하는 모임

지난 1995년 5월부터 올 7월까지 지령 99호까지 발행이 되고 폐간된 영화잡지를 기억하며 아쉬움을 표현하는 걸개그림 행사가 지난 12일 토요일 송내역 앞 광장에서 열려 눈길.

다음 카페에 생긴 ‘KINO의 폐간을 반대하는 모임’의 회원 400여명이 참석한 이날 행사는 폐간을 아쉬워하는 독자들의 안타까움이 그대로 전해질 만큼 정성들인 걸개그림이 완성되는 과정을 보여주었으며, 완성된 걸개그림은 지난 14일부터 복사골문화센터 로비에 전시.

#. 화제 넷
● PiFan의 원조, 심야상영

일반 극장마다 보편화된 ‘심야상영’의 원조가 PiFan이라는 건 아는 사람들은 다 아는 사실.

PiFan은 80, 90년대를 거치며 점차 사라진 심야상영을 제2회 영화제때 라스 폰 트리에 감독의 <킹덤>을 통해 다시 부활시키면서 공존의 히트를 치기 시작해 지금에 와서는 일반 극장이고 영화제고 할 것 없이 보편화된 상태.

이로 인해 PiFan엔 심야상영만 보며 알짜배기 영화제 관람을 하는 이른바 ‘PiFan 심야상영족’이 생겨날 정도.

특히 PiFan의 심야 상영관은 담요, 간식거리, 쿠션, 방석, 운동복 등으로 중무장한(?) 관객들이 8시간이 넘는 상영시간 동안 자세를 흩뜨리지 않고 영화를 관람하는 것은 이제 익숙한 모습들.

중간 쉬는 시간에 자원활동가들이 관람객들의 허기진 배를 채워주기 위해 구운 계란을 나눠주고 먹는 것도 빼놓을 수 없는 풍경.

#. 화제 다섯
● PiFan 데이트

극장이 아닌 야외에서 배우와 감독이 관객들을 직접 만나는 ‘PiFan 데이트’가 송내 북부역 앞 투나(Toona) 쇼핑몰 상설무대에서 지난 12일 오후 6시30분부터 열려 눈길.

첫날 행사에는 특수분장사 윤예령씨가 준비한 특수 분장쇼, 바디 페인팅, 영화 특수효과 체험 등이 선보였으며, 13일에는 댄스팀 P.M의 역동적인 댄스로 시작돼 PiFan2003의 페스티벌 레이디이자 영화제 폐막작 <여고괴담 세 번째 이야기: 여우계단>의 주연을 맡은 영화배우 박한별과 송지효, 박지연 등이 참석, 관객들과 함께 즐거운 시간을 갖기도.

#. 화제 여섯
● 황당무개 푸로젝트


활발하고 친절하기로 유명한 PiFan의 자원활동가들이 관객 서비스와 색다른 볼거리를 위해 올들어 3년째 선보이고 있는 특별 이벤트인 ‘황당무개 푸로젝트’도 관객들로부터 큰 호응.

각 상영관에서 ‘황당무개 푸로젝트’는 유명 포스터에 등장한 배우의 얼굴을 오려내 자기 얼굴을 넣고 폴라로이드 사진을 찍어주는 이벤트, 돌발 퀴즈, 추억의 야바위로 진행되는데, 사전 공지없이 갑자기 시작하고 관객들에게 많은 기념품을 재미있게 나눠주면서 즐겁게 진행하는 것이 특징.

#. 화제 일곱
● 젊음의 해방구, 씨네락 나이트

‘심야 상영’과 함께 PiFan의 대표적 흥행브랜드라고 할 수 있는 ‘씨네락 나이트’는 영화와 록밴드 공연을 패키지 형태로 묶은 아이템으로, 1천200석의 부천시민회관을 가득 채운 열혈 영화팬들이 뜨거운 젊음의 열기를 뿜어내는 해방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

올해도 많은 관객들을 흥분의 도가니로 만든 이 행사는 지난 11일 <스펀 Spun>의 상영에 이어 ‘언니네 이발관’이 특유의 차분한 분위기로 단독 공연을 진행했고, 게스트로 참여한 신인 그룹 ‘뷰렛’이 관객들의 따뜻한 박수를 받았으며, 지난 12일에는 <통간 닌자 Tongan Ninja>의 상영에 이어 ‘게토밤즈’, ‘로렐라이’, ‘나비효과’가 관객과 함께 시민회관이 떠나갈 듯 환호성을 지르며 3시간 가까이 열정적인 시을 보내기도.

또 지난 13일 열린 세번째 씨네락 나이트는 상영작 <살인마 가족 House of 1000 Corpses>이 록 뮤지션 출신인 롭 좀비 감독의 영화인 탓에 더욱 고조된 분위기 속에서 ‘스키조’, ‘락 타이거즈’, ‘노 브레인’이 그 열기를 이어갔으며, 특히 거침없는 무대매너로 유명한 ‘노브레인’은 그 명성에 걸맞게 모든 관객들을 무대 위로 끌어올리는 카리스마를 선보여.

특히 깜짝 게스트로 출연한 강원도 횡성 수성초등학교 락밴드 ‘짱’이 등장, ‘아기공룡 둘리’의 락 버전을 부를 때는 모든 관객들이 아낌없는 박수와 함께 열광하며 음악 신동들의 연주에 넋을 잃었고. 마지막 씨네락 나이트(14일) 역시 매진을 기록하며 ‘슈가 도넛’, ‘러브 홀릭’, ‘델리 스파이스’와 1천200여명의 관객들이 환호.

#.화제 여덟
●오손도손 가족단위 관객 크게 늘어

패밀리 섹션·야외상영 가족단위 관객들의 영화제 참여를 유도하기 위해 ‘패밀리 섹션’을 한층 강화한 올해 영화제는 온가족이 함께 영화를 보고 즐기는 모습들이 많이 눈에 띄어 관객들 가운데 가족단위의 관객이 차지하는 비중이 60∼70%를 차지.

특히 ‘영화 읽어주는 언니’가 미취학 아동들을 위해 자막을 읽어주는 이벤트 상영 때는 아동 관객들의 유치원, 학원 단체관람이 많았으며, 상영 전후로 부천시의 명예시민이자 PiFan 패밀리 섹션 홍보대사 역할을 하는 ‘둘리’와 둘리의 여자친구 ‘공실이’가 PiFan이 새겨진 풍선 2천개를 나눠주어 영화관을 찾은 많은 어린이들을 기쁘게 해주기도.

또한 부천시청앞 잔디광장에서 열린 야외 무료상영도 PiFan에서 빼놓을 수 없는 추억거리.

지난 13일 오후 8시30분에 열린 <동승>을 비롯, 14일 <보리울의 여름>, 16일 인도영화 <기쁠 때나 슬플 때나>를 상영할 때마다 어김없이 친구, 연인, 가족 단위의 공짜 영화팬들이 모여들어 도시락을 손수 싸와 먹기도 하고 담소를 나누는 등 ‘세상에서 제일 편한 자세(?)’로 영화를 관람하는 모습들.

#. 화제 아홉
● 역대 최대 관람 기록 예상

지난 6월18일 개·폐막식 예매가 15분만에 매진되면서 대박(?)을 예고한 PiFan2003은 티켓 판매량이 영화제 4일째인 지난 13일 오후 10시 기준 총 9만6천894석 가운데 45.8%인 4만6천333석이 판매.

이는 지난해 10일간의 행사 기간동안 총 5만7천806명이 판매됐던 것과 비교해도 훨씬 많은데다 상영관 추가로 작년보다 전체 좌석수가 2천여석이 더 늘어난 것을 염두에 두어도 티켓 판매율이 매우 높은 것임을 입증.

야외상영, 야외행사를 제외한 매표소에서 티켓팅을 한 숫자만을 기준으로 삼은 티켓 판매량 역시 해가 갈수록 조금씩 늘어나는 추세여서 영화제 사무국에서는 영화제 전기간 좌석 판매량이 6만석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

더구나 올 영화제는 높은 예매율과 홈페이지 접속률 등으로 볼 때 지난해 영화제에서 찾은 관람객수 5만7천806명(야외상영, 이벤트 참가자 8천여 명 제외)을 넘어서는 역대 최대의 관람객수를 돌파할 것으로 기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