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여년 동안 부천시민에게 수돗물을 공급해오다 까치울정수장이 들어서면서 지난 2003년 용도 폐기된 오정구 여월동 98의 5일대 5만2천422㎡ 규모의 자연녹지지역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 내 들어선 여월정수장 부지가 연중 제철식물 생산과정을 지켜볼 수 있는 도시농업 공원인 ‘부천 여월 농업공원’으로 탈바꿈, 4월의 마지막 주말인 27일 개장한다.

부천시 도시주택국 녹지과에 따르면 부천 여월농업공원은 곳곳에 나눔과 재생이 그대로 반영돼 있다.

우선, 여월농업공원의 운영 주체는 53개 단체가 참여하는 여월농업공원 운영위원회와 공모를 통해 선정된 예비사회적기업 ㈜지엔그린(대표 신미자)으로, ‘5가지를 지향하고, 5가지를 하지 않겠다’는 운영방침을 정했다고 한다.

‘5가지 지향’은 ▲자연순환 유기농법 체험 ▲농사체험을 통한 행복 ▲공동체 활력 ▲소통과 나눔을 통한 지역명소 ▲테마파크 활성화 등이다.

‘5무(無)’는 ▲땅을 갈지 않는 무(無(경운) ▲농약을 뿌리지 않는 무(無)농약 ▲화학비료를 사용하지 않는 무(無)화학비료 ▲농사의 필수나 다름없는 무(無)비닐 ▲병충해를 방제하지 않는 무(無)병충해 방제이다.

㈜지엔그린은 “일반적인 관행 농법은 땅을 갈아서 이랑과 고랑으로 구성된 두둑을 만들지만 오히려 땅을 단단하게 만들어 지하수의 유통을 막게 된다”며 “자연 순환 유기농업은 5무(無) 원칙을 지키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여월농업공원에서 이루어지는 농사는 버려진 목재로 만든 ‘나무틀 밥(텃밭)’은 땅을 깊이 갈지 않고 땅을 고른 다음에 그 위에 비닐 대신에 겨우내 도심 나무에 병충해 방재용으로 사용된 볏짚을 재활용해 덮고, 썩어서 먹지 못하는 사과나 파 껍질과 같은 음식물쓰레기를 비료 대신에 사용하는 친환경 농법을 선보일 예정이다.

‘나무틀 밭(텃밭)’ 가운데 낮게는 30㎝, 높게는 50㎝ 정도 높이의 돌무더기는 밭을 고르다가 나온 돌을 모아 놓은 것이다. 국공립어린이집연합회 오정지부 소속 고강1동 어린이집 등 6개 어린이집 원생들이 만든 ‘나무틀 밭’에는 높이 쌓은 돌무더기가 있는데, 이는 돌무더기를 모아두면 주변의 개구리나 뱀 등이 들어와 서식하도록 하기 위해서라고 한다.

연간 프로그램도 시기별, 분야별로 나눠 3월에는 밭을 만들어 고구마 모종을 키우고, 4월에는 잎 채소류를 심고, 5월에는 완두콩 지주를 세우며, 6월에는 토마토 오이를 키우는 삼각형의 지주를 만들 계획이다.

7월에는 강낭콩과 토마토를 수확하고, 8월에는 김장용 배추 등을 심기 위한 밭은 다시 만들며, 9월에는 배추 벌레를 잡고, 무를 솎아내며, 10월에는 고구마를 수확하고, 11월에는 양파와 마늘을 심고 12월에는 보리를 밟는 등 ‘나무틀 밭’에는 시기별로 다른 종을 심고 수확하는 과정을 자연 순환 유기농법을 적용해 이루지도록 한다는 것이다.

이와 연계된 교육프로그램도 월별로 운영한다. 3월에는 도시텃밭의 기능, 4월에는 작물의 성장과 환경, 씨앗 도감, 5월에는 퇴비 만들기, 6월에는 친환경 병충해 예방법, 7월에는 텃밭의 풀과 곤충, 8월에는 김장작물 재배법, 9월에는 배추벌레와 나비, 10월에는 벼 수확법, 11월에는 김장법, 12월에는 두부 만들기를 배우도록 할 계획이다.

여월농업공원의 ‘나무틀 밭’은 기존 주말농장의 텃밭 운영과도 차별화를 선언했다.

기존 주말농장의 경우 분양 이후 교육 등 별도의 관리를 하지 않지만, 여월농업공원은 무료 분양한 대신 교육과 나눔, 기부를 의무적으로 이루어지도록 했다. 자연 순환 유기농업 텃밭 체험학습교육과 1개의 나무틀 밭당 1가지 이상의 수확물을 어려운 이웃에 나눠주고, 남은 작물은 판매를 통해 수익금으로 불우이웃 성금을 내는 등 나눔의 공동체 활동에 참여하도록 하고 있다.

여월농업공원에는 180개의 텃밭이 있는 만큼, 1개의 나무틀 밭에서 수확물을 내놓아도 180개가 되는 만큼 매월 나눔행사가 열릴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연중 운영되는 ‘나무틀 밭’을 통해 농장 쉼터 및 주차장에서 계절별로 텃밭 기부축제를 연다는 것이다.

여월농업공원의 자연 순환 유기농업은 이번 주말(27일) 한해 농사의 시작을 알리는 시농제(始農祭)를 시작으로, 가을에는 ‘도시농부 축제’를 열 예정이다.

여월농업공원의 운영주체인 53개 단체가 참여하는 여월농업공원 운영위원회는 매월 첫 주에 열려 공동체(단체) 대표 1인 이상이 모여 텃밭 운영에 대한 의견을 모으고, 주민 참여프로그램을 만들고, 텃밭을 관리하게 된다.

‘나무틀 밭’ 8개를 운영하는 부천시 오정구 여월동 성곡초교 학부모회(회장 우주온)는 여월농업공원이 개장하는 것에 대해 “교과수업과 연계해 아이들이 체험학습을 할 수 있는 곳이 생긴 만큼 생각날 때마다 물도 주러 오고 이웃과도 만날 수 있는 최상의 이웃 공동체”라고 반겼다.

부천 여월농업공원 개장식과 시농제는 27일 오전 10시부터 열리며 텃밭에 참여하는 참가 단체의 재능기부로 진행된다. 오정노인복지회관 어르신들의 난타공연, 고강1동어린이집 어린이들의 북과 장구 공연, 하수 재사용 인공하천인 원미구 상동 ‘시민의 강’에서 잡은 잉어 등 물고기 방생과 첫삽 뜨기, 모종과 야생화 심기 행사가 열린다.

김만수 부천시장은 “5월중 캠핑장도 개장할 계획이며, 6월부터는 농축조를 활용한 연꽃 학습원인 연향지를 조성한다”며 “10여년 이상 방치됐던 공간이 가족과 이웃, 어린이와 어른이 함께 어우러지는 세대 공감의 장이 될 것”이라고 여월농업공원에 대한 의미를 부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