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대지’로 노벨문학상(1931년)을 받은 미국의 대문호 고(故) 펄벅(Pearl S Buck·1892~1973년) 여사를 기리는 ‘펄벅기념관’이 오는 9월 부천시 소사구 심곡본동 566의 9 일대 1천여평 부지에 지상 2층 규모의 전시관 건물을 포함하는 공원 형태로 건립된다.

부천시가 ‘펄벅기념관’을 건립하는 것은 펄벅 여사가 1967년 심곡본동에 6.25전쟁으로 인해 보호자가 없는 혼혈인을 돌보는 복지시설인 ‘소사 희망원(Sosa Opporunity Center)’을 건립하고 10년 가량 운영한 인연에서 비롯되고 있다.

당시 ‘소사희망원’ 부지는 유한양행을 설립한 고 유일한 박사가 공장부지로 사용하다가 공장을 이전하면서 평소 친분이 있던 펄벅 여사에게 전쟁 고아와 혼혈어린이를 위한 시설로 써달라고 기증한 것이 계기가 됐다.

펄벅 여사는 1967년 이곳에 ‘소사희망원’을 세워 1973년까지 2천여명 가량을 돌봤다. 인순이, 윤수일, 박일준씨 등이 이곳 출신이다.

펄벅 여사는 한국의 혼혈아를 소재로 소설을 쓰기도 했다.

그러나 1973년 3월 펄벅 여사가 미국에서 세상을 떠난 후 1975년 ‘소사희망원’은 해체됐고, 부지는 금형공장 등으로 사용돼 왔었다.

1999년 펄벅 인터내셔널 한국지부(Pearl S. Buck International Korea)가 설립돼 오늘에 이르고 있다. 펄벅재단 사무실은 현재 서울시 관악구 신림본동 1638-32호 삼모빌딩 914호에 있다.

지난해 7월 공사가 시작된 ‘펄벅기념관’은 총 32억원(국비 5억, 도비 5억, 시비 22억)의 예산을 들여 1층에는 펄벅의 생애, 문학가로서의 펄벅, 펄벅과 아이들 등을 주제로 한 전시관과 추모공간을, 2층에는 펄벅 여사가 사용하던 타자기와 책상 모형 등을 갖춘 5~6평의 집필공간이 재현된다.

펄벅 여사가 쓴 책과 기념사진, 슬라이드사진, 펄벅 여사 일대기 비디오 등 총 160여점의 유물이 전시되어 일반인들에게 공개될 예정이다.

특히 부천시는 펄벅재단의 미국·한국지부를 비롯한 관계기관 및 인사로부터 유물을 기증·대여받는 협의를 벌이고 있다.

부천시는 펄벅기념관 건립에 따른 협의와 관련자료 수집을 위해 관계 공무원 등이 펄벅재단 본부가 있는 미국 필라델피아를 직접 방문하기도 했으며, 지난 3일에는 펄벅재단 본부의 자넷 민처(Janet L. Mintzer) 일행이 부천시를 방문하고 기념관 건립 상황을 협의했다. 지난 2001년과 2002년에도 펄벅재단 본부 이사장과 총재가 부천시를 방문한 바 있다.

지난 2001년 김대중 전 대통령 부인 이희호 여사가 펄벅재단으로부터 ‘올해의 여성상’을 받은 것을 계기로, 부천시는 펄벅기념관 건립을 추진했으며, 오는 9월 개관하는 펄벅기념관은 펄벅재단 한국지부가 맡게 운영할 계획이다.

하인스 워드 선수 기념관 방문 추진해볼만

한편, 올해 미국 프로풋볼(NFL) 슈퍼볼 최우수선수(MVP)인 하인스 워드(30·피츠버그 스틸러스)는 지난 3일 방한해 5일 펄벅재단 사무실을 찾은데 이어, 8일 오후에는 펄벅재단이 주최한 행사에서 혼혈아동과의 만남을 가졌다.

하인스 워드는 9박10일간 첫 한국 방문을 마치고 지난 12일 오전 10시 어머니 김영희 씨와 함께 미국으로 돌아갔으며, 워드 선수는 혼혈 아동을 돕기 위한 재단을 설립하기 위해 다음달 말 아내와 아들을 데리고 다시 한국을 방문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다음달 한국 방문에서 부천시가 건립중인 펄벅기념관을 찾을 경우 세계적인 관심을 불러모을 것으로 보여 부천시가 지금부터라도 하인스 워드의 펄벅기념관 방문을 추진하는 작업을 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특히 하인스 워드는 지난 5일 538번째 명예 서울시민이 됐으며, 펄벅 여사도 지난 68년 국내 혼혈 고아들을 보살핀 공로로 125번째 명예 서울시민이 됐다. 하인스 워드가 부천시 펄벅기념관을 방문할 경우 역사적인 의미가 새롭게 조명될 것으로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