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한해를 정리하는 올해의 사자성어 1위로 ‘방기곡경(旁岐曲逕)’이 선정됐다.

교수신문은 지난 8~14일간 전국 각 대학 교수, 일간지 칼럼니스트 등 지식인 216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43%가 ‘방기곡경’을 올해의 사자성어로 꼽았다고 밝혔다.

‘방기곡경(旁岐曲逕)’(곁 방, 갈림길 기, 굽을 곡, 지름길 경)이란 사람이 많이 다니는 큰 길이 아닌 ‘샛길과 굽은 길’을 이르는 말이다.

이 사자성어는 바른 길을 쫓아서 정당하고 순탄하게 일을 하지 않고 그릇된 수단을 써서 억지로 한다는 것을 비유할 때 많이 쓰인다.

조선 중기의 유학자 율곡 이이는 송강 정철에게 보낸 편지에서 “공론(公論)이 허락하지 않더라도 ‘방기곡경(旁岐曲逕)’을 찾아 억지로 들어가려는 짓은 절대 하지 않는다”고 말한 바 있다.

교수신문은 “‘방기곡경’이 올해의 사자성어로 선정된 것은 세종시 수정, 4대강 사업 추진, 미디어법 정책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타협과 합의를 이루지 못하고 샛길, 굽은 길로 돌아갔음을 비판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2위로는 서로 옳음을 주장하지만 중도를 얻지 못한다는 중강부중(重剛不中)이 19%, 3위는 소모적인 논쟁을 거듭했다는 의미의 갑론을박(甲論乙駁)이 12%로 뒤를 이었다.

이외에 가는 세월이 물과 같다는 서자여사(逝者如斯), 숯불을 안고 있으면서 서늘하기를 바란다는 포탄희량(抱炭希凉)이 각각 10%로 4, 5위에 선정됐다.

교수신문은 2001년부터 매년 한 해를 정리한 사자성어를 선정해 오고 있다. 2001년은 오리무중(五里霧中), 2002년 이합집산(離合集散), 2003년 우왕좌왕(右往左往), 2004년 당동벌이(黨同伐異), 2005년 상화하택(上火下澤), 2006년 밀운불우(密雲不雨), 2007년 자기기인(自欺欺人), 2008년 호질기의(護疾忌醫)이 각각 선정됐다.

한편 올해 가장 안타까웠던 일로 김대중ㆍ노무현 전직 대통령, 김수환 추기경의 서거를 꼽았으며, 김연아ㆍ신지애 선수의 활약이 가장 기뻤던 일로 꼽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