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일 오후 열린 부천상공회의소의 2009년 신년 인사회에서 한나라당 소속 지역구 국회의원들간에 축사 순서를 놓고 미묘한 신경전이 펼쳐져 눈길을 끌었다.

이날 부천상의 신년인사회에서는 행사 주최측인 장상빈 부천상의 회장의 인사말에 이어 주요 내빈의 축사가 이어져 김문수 경기지사, 홍건표 부천시장, 한윤석 시의회 의장에 이어 국회의원 순서로 진행됐다.

부천상의에서는 당초 지역구 국회의원 4명이 참석할 경우, 통상적인 지역구 순서대로 원미갑(임해규), 원미을(이사철), 소사구(차명진), 오정구(원혜영) 순으로 소개를 하고 축사를 하도록 할 예정이었다.

이에 따라 원미갑 임해규 국회의원을 제일 먼저 축사를 하도록 소개했으나, 임 의원이 이사철 의원에게 양보하면서 이사철 의원이 제일 먼저 축사를 하기 위해 단상에 올라 “임 의원보다는 건제순(建制順ㆍ군사용어로 각각의 부대가 먼저 만들어진 순서 또는 먼저 설치된 것에서 뒤에 설치된 것으로 이르는 차례)으로 보아도 내가 먼저 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우스개소리를 한마디 툭 던지고 축사를 했다.

이어 원미갑 임해규 의원이 단상에 올라 큰절을 하고 간단한 축사를 마쳤으나, 이번에는 소사구 차명진 의원이 단상에 올라 홍건표 시장에게 “시장님, 앞으로 건제순(建制順) 좀 바꿔주시죠”라고 농담조로 한마디 하고 축사를 했다.

이사철 의원과 차명진 의원이 임해규 의원을 사이에 두고 건제순(建制順)을 언급한 것은 정색을 하고 불쾌한 표정으로 던진 말이 아닌데다, 같은 한나라당 소속으로 친밀함을 강조하기 위해 화기애애한 분위 속에 툭~ 던진 말이어서 신년인사회에 참석한 참석인사들로 가벼운 웃음으로 지나치긴 했지만, ‘건제순(建制順)’을 언급한 것을 곰곰히 생각하면 ‘언중유골(言中有骨)’의 의미가 묻어나는 대목이다.

세 사람 모두 재선 국회의원이지만, 정치 입문 및 당내 입지에 있어서 미묘한 역학관계를 작용하고 있다.

우선, 이사철 의원은 “김문수 경기지사와 정치 동기생”이라고 밝혔듯이 정치 입문이 두 사람(임해규, 차명진)보다 훨씬 빠르다. 1996년 제15대 국회의원과 당 대변인을 오랫동안 역임하고 18대 총선에서 재선에 당선되면서 당내는 물론 부천정가에서 가장 큰 영향력을 발휘하는 위치에 있는게 사실이다.

임해규 의원은 이사철 의원이 원외지구당으로 있을 당시인 지난 2005년 10.26 원미갑 국회의원 재선거에서 당선된데 이어 18대 총선 당시 공천심사위원으로 활약하면서 당내 입지를 굳히며 재선 의원으로 부천정가에서 급부상했다.

차명진 의원은 김문수 경기지사가 1996년 15대 총선에서 소사구에 입성해 당선될 임해규 의원과 함께 소사구에서 한솥밥을 먹으며 임 의원이 부천시의원을 역임할 때 차 의원은 김 지사 보좌관을 역임하다가 지난 2006년 7.26 소사구 보궐선거에서 금배지를 달고, 18대 총선에서 재선에 당선된데 이어 당 대변인을 맡고 있다.

부천상의 신년 인사회에서 이사철 의원과 차명진 의원이 임해규 의원을 사이에 두고 축사 순서에 있어서 ‘건제순(建制順)’을 운운하며 농담조로 한마디씩 던진 것은 이같은 3인3색의 미묘한 정치적 역학관계가 작용한 데다, ‘직설ㆍ차분ㆍ저돌’형으로 구분되는 정치스타일에서 나온 것 아니냐는 등 분분한 해석을 낳고 있다.

한편 이날 신년인사회에서는 오정구가 지역구인 원혜영 국회의원이 민주당 원내대표로 국회 본회의장 점거농성 사태로 인해 불참했지만, 만약 참석했더라면 축사 순서가 어떻게 진행됐을까.

‘건제순(建制順)’으로 따지면 원혜영 의원이 정치 입문이 가장 빠른데다 1992년 14대에 이어, 17대(2004년)와 18대(2008년) 총선 등 3선 의원으로 야당 원내대표를 맡고 있어 가장 우선 순위일 수밖에 없다.

2009년 한해동안 앞으로 개최될 각종 행사에서 4명의 지역구 국회의원이 참석할 경우, 축사를 순서가 어떻게 교통정리가 될지 자못 흥미로운 대목이 아닐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