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어난 지 이틀만에 부모에게 버려진 뒤 양부모 밑에서 자라다 상습 빈집털이범으로 경찰에 붙잡힌 20대 남자가 친부모와 23년만에 극적인 상봉이 이루어졌다.

비운의 주인공은 지난 10일 낮 12시30분께 부천시 원미구 역곡2동 역곡북부역앞 H금은방 앞노상에 부천남부경찰서에 의해 붙잡힌 박모씨(23).

박씨는 지난 11일 빈집과 빈가게만을 골라 상습적으로 금품을 훔친 혐의(특정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절도)로 구속영장이 청구됐다.

경찰에 따르면 박씨는 지난해 11월께부터 최근까지 주인이 없는 알뜰매장과 금은방, 빈집 등을 대상으로 175차례에 걸쳐 1억6천만원 상당의 금품을 훔친 혐의다.

경찰조사 결과 박씨는 주변의 의심을 받지 않기 위해 말쑥한 양복 차림으로 돌아다니면서 빈집을 확인한 뒤 창문 유리창을 부수고 몰래 침입하거나, 심지어는 주인행세를 하며 열쇠수리공을 불러 문을 따고 들어가 금품을 훔친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경찰조사 과정에서 박씨가 23년만에 친부모와 극적으로 상봉을 하기 되기까지에는 “드라마 같은 이야기”라고 밖에 달리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안타까운 사연이 숨어 있었다.

박씨는 1982년 부천의 S병원에서 태어났으나 이틀만에 유씨 성을 가진 친부모가 동성동본으로 호적에 올리지 못하자 병원 근처에 버렸고, 박씨는 소사구 소사본동에 사는 양부모에 의해 자라게 됐다.

박씨가 자신의 출생의 비밀을 알게된 것은 고교 2학년때라고 한다. 양부모 밑에서 별탈없이 자라던 박씨가 고등학생이 되면서 말썽을 피우며 삐뚤게 나가자 양부모가 출생의 비밀을 말해준 것. 그러나 어린 나이의 박씨가 받은 충격을 클 수 밖에 없었고 그때부터 상습 절도범으로 경찰에 4번 구속되며 교도소를 들락거리게 됐다고 한다.

특히 박씨는 초등학교를 자신보다 두살 위인 친누나(25)와 부천에 있는 학교에 같이 다녔으나, 혈육이라는 사실을 까마득히 모르는 두사람은 남남으로 학교생활을 마칠 밖에 없었다.

초등학교를 다닐 당시 친누나는 부모와 할머니에게 “나와 얼굴이 비슷한 애(박씨)가 있다”는 말을 자주 했었다고 한다.

친누나가 남동생이 있다는 사실은 몇년 전 돌아가신 할머니가 말해주어 알게 됐고, 그때부터 친누나는 동생(박씨)를 찾아 나섰고, 초등학교 시절 자신과 어딘가 닮았던 느낌을 받았던 박씨의 이메일 주소를 동문찾기 인터넷(아이 러브 스쿨)을 통해 확인하고 올해 친누나라며 이메일을 보냈다고 한다.

그러나 박씨는 친누나가 보낸 이메일에 대해 경찰에서 자신을 추적하는 것으로 알고 답장을 하지 않는 바람에 만남이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사실도 경찰에서 확인하고 피는 물보다 진하다는 사실을 새삼 알게 됐다고 한다.

동성동본이라는 현실 앞에 부천에서 23년 동안을 친부모와 떨어져 살아야 했던 박씨는 상습 빈집털이범으로 수갑이 채워진 채 경찰의 주선으로 친부모를 극적으로 만나게 됐다.

친부모는 “이제부터 박씨에게 못다했던 부모 노릇을 하며 잘 보살피겠다”는 말을 경찰에 전했다고 한다. 박씨를 키워준 양부모에게는 이같은 사실을 아직 전하지 않았다고 한다.